[영화]한국영화 리메이크 판권,할리우드 ‘러브콜’ 잇따라

  • 입력 2003년 2월 27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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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미개봉 상태에서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과 북미 배급권을 판 영화 ‘선생 김봉두’ 사진제공 좋은영화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미개봉 상태에서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과 북미 배급권을 판 영화 ‘선생 김봉두’ 사진제공 좋은영화
차승원 주연의 코미디 영화 ‘선생 김봉두’가 개봉도 하기 전 미국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과 북미 배급권을 팔아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한차원 높였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인 미라맥스와 체결한 이번 계약은 50만달러 계약금에 세계 흥행 수익의 2.5%의 지분을 받는 조건으로 성사됐다.

‘선생 김봉두’는 부패한 교사가 강원도 산골 분교로 전근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 3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영화는 ‘조폭마누라’ ‘엽기적인 그녀’ ‘시월애’ ‘달마야 놀자’ ‘광복절 특사’ ‘가문의 영광’ 등 6편. 그러나 이는 모두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해 상업성을 보장받은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선생 김봉두’의 경우 흥행 검증이 안된 미개봉 단계에서 미국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원작의 미국 내 배급권과 리메이크 판권을 동시에 계약한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선생 김봉두’를 제작한 ‘좋은영화’의 김미희 대표는 “미완성 작품인데도 아이디어만 보고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인 것은 그만큼 한국 영화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할리우드가 리메이크 대상으로 관심을 보여온 것은 주로 유럽 영화였다. 그러나 예술영화 전통이 강한 유럽 영화 시장에서 리메이크의 가치가 있는 상업 영화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 아이디어 고갈에 허덕이던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점차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코미디 영화가 붐을 이루는 한국 영화 시장이 시선을 모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있다는 것이 국내 영화계의 분석이다. 아내가 조폭(‘조폭마누라’)이고 탈옥수가 감옥으로 들어가는(‘광복절 특사’) 설정은 할리우드도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역발상이다.

김대표는 “과거 할리우드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동양적 신비주의’를 빌리지 않고서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할리우드의 관심을 끌만큼 한국 영화는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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