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릭 웨딩' 영화의 원칙을 깨다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9시 02분


초 저예산으로 제작됐으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초 저예산으로 제작됐으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할리우드에서 올해 가장 기억할만한 영화는 ‘반지의 제왕’도, ‘스파이더 맨’도 아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500만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됐으나 미국 내 극장에서만 2억1500만 달러를 번 ‘마이 빅 팻 그릭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을 올해의 센세이션으로 꼽았다.

‘그릭 웨딩’은 흥행 성공 뿐 아니라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현재 CBS는 이 영화를 원안 삼은 TV시트콤 ‘마이 빅 팻 그릭 라이프’를 기획 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릭 웨딩’이 할리우드가 다시 배워야 할 몇 가지 교훈을 되새겨줬다고 꼽았다.

‘그릭 웨딩’은 비싼 광고 대신, 영화가 개봉되는 30개 도시를 주연배우들이 직접 돌면서 지역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고 지역 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고전적’ 방식을 사용했다. 4월 19일 개봉 첫 주말에 이 영화를 상영한 극장은 108개. 그러나 상영 26주 째 극장 수는 2016개로 늘어났다.

원작자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여러 사람이 시나리오에 손을 대는 건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 그러나 ‘그릭 웨딩’은 혼자 대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여배우 니아 바르달로스 단 한 사람의 산물이다. 그녀는 체험을 토대로 대본을 쓴 뒤 클럽에서 원맨 쇼를 진행했고, 이를 본 톰 행크스의 아내 리타 윌슨이 영화화를 제안했다. 투자자들을 유치할 때 리타 윌슨과 톰 행크스가 내건 조건은 “무조건 니아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였다.

‘그릭 웨딩’이 대성공을 거둔 오늘날까지 주연인 니아 바르달로스의 성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바르달로스는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영화 결혼 피로연 장면에 부모를 엑스트라로 등장시켰고, 영화의 안무는 그녀의 여동생이 맡았다.

메이저 영화사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외면하는 분위기지만, ‘그릭 웨딩’은 사상 최고 수익을 올린 로맨틱 코미디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로맨틱 코미디를 여자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여전히 재미있고, 물기도 있는 영화, 거창하지 않고 친근한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 영화를 좋아한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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