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내사랑 누굴까’ 정반대 며느리 이태란vs견미리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50분


방송 초기 시청률이 낮았던 KBS2 ‘내사랑 누굴까’가 이달 말 종영을 앞두고 소리없이 시청률 30%를 넘겼다. 15일 32.9%(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SBS ‘야인시대’, MBC ‘인어아가씨’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최근 상식(김정현)과 결혼한 하나(이태란)의 좌충우돌 시집살이와 결혼을 앞둔 기환(송승환)-경주(견미리) 커플의 행보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때문. 선머슴같은 하나와 조선시대의 정경부인을 연상시키는 경주의 상반된 캐릭터가 각각 20∼30대와 40∼50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을영 PD는 “여러 세대를 각각 대변하는 주인공들이 대가족 제도에서 서로 다독거리며 위계 질서를 지키고 살아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여자

하나는 감정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다혈질 럭비공이다. 상식을 쫓아다니며 구애작전을 펴던 하나는 만취한 상태로 상식의 집 대문을 차고 들어가기도 했다.

상식과 결혼한 뒤에도 그의 못말리는 행각은 계속된다.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손 윗 동서를 ‘야!’라고 부르고 시할아버지의 국그릇에 옷고름 빠뜨리기 등 ‘사고’가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이런 모습은 신세대 여성의 자기 주장으로 묘사된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못박으며 살던 옛날 며느리와 달리 자기 의사를 당당히 표현하는 것. 그러나 그를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기성세대와 조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시할머니에게 “너 때문에 심장약을 먹어야겠다”며 구박받지만 그럴 때마다 잘못을 인정하고 ‘헤헤’ 웃는다.

이태란은 “경주는 세대차이가 가정불화의 한 원인인 요즘에 하나는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기성세대와 융화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흥식 KBS 드라마제작국장은 “종가집 며느리와 정반대되는 캐릭터의 하나는 대가족이라는 상황이 빚는 무거운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다”고 말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자

경주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게 하는 여자다. 괴팍한 성격의 CF감독 기환과 결혼을 앞둔 경주는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남자를 변화시킨다. 기환은 걸핏하면 스태프들에게 소리지르고 주위 사람들과 시비를 붙지만 경주는 그런 기환을 받아들인다. 기환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뒤 여자를 믿지 않게 됐지만 경주의 헌신에 점차 마음을 연다.

경주는 여성의 발언권이 세진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고전적 여인상을 제시한다. 회사원 김정렬씨(56)는 “경주는 남자들로 하여금 지고지순한 한국의 전통적 여인상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며 “남성이 갖지 못한,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러움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견미리는 “지금까지 주책맞은 역을 많이 했는데 이 배역으로 변신에 성공해 기쁘다”며 “경주는 모든 남자가 결혼하고 싶어하는 참한 여성상이라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무엇이든 참고 견디는 경주같은 여인상이 여성의 역할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그렸으며 가부장적 질서를 강요한다는 지적도 여성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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