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색즉시공’ 임창정 “진짜 생쥐 입안서 물컹…”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6시 31분


13일 개봉되는 코미디 영화 ‘색즉시공’의 주연 임창정을 만나러 가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영화 속에서 그가 생쥐를 먹는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생쥐가 혓바닥에 ‘물컹∼’ 떨어질 때 느낌이 어땠을까, 놀란 생쥐가 혀를 물지는 않았을까, 촬영이 끝난 뒤 밥이 잘 넘어갔나…. 모락모락 피어나는 엽기적 상상을 주체 못하고 만나자마자 그에게 물었더니. “어휴∼. 말도 마세요. 시나리오를 읽을 땐 모형 쥐를 입에 넣는 시늉만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글쎄 이 사람들이 진짜 쥐를 가져오더라고. 이틀동안 밥은커녕 침도 못 삼켰어요. 이거 진짜 무지막지한 영화예요. 뭐든 다 진짜로 했다니까. 코미디이지만 ‘진짜’가 아니면 관객의 웃음을 얻기가 힘들잖아요.” 그렇게 몸을 던진 덕분인지, ‘색즉시공’에는 끝없는 음담패설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조차 웃지 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다시 하라고 해도 지금보다 더 잘하긴 어려울 것같다”는 임창정이 ‘토크(TALK)’를 화두삼아 들려준 4행 토크.

●[T] Tears (눈물)

대역을 쓰지 않고 4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나 차력을 직접 했는데, 가장 힘든 건 눈물연기였어요. 뭐든 ‘진짜’만 주장하는 이 끈질긴 감독(윤제균)이 “진짜로 울어달라”고 얼마나 진지하게 부탁하던지…. 내가 진짜 울 때까지 불평 한 마디 없이 3시간을 기다려준 스태프들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촬영장에 가는데, 조명부 막내가 “오빠, 파이팅! 우린 오빠 믿어요”하고 지나가더라고요. 그 말 듣고 비로소 울 수 있었어요. 스태프들과 한 가족처럼 끈끈하게 뭉쳐서 영화 작업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게 나한테는 이 영화가 남겨준 더 소중한 재산이고요.

●[A] Actor (배우)

‘비트’이후 내가 배우로서 늘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친 적이 없는데 이번엔 그걸 이겨보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배우로서 끝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결과에 만족합니다. 코믹 연기만 하지말고 변신을 해보라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변신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내 한계와 장점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준비가 안됐는데 섣부르게 변신하겠다고 덤비다간 사람들이 “벼엉∼신”하고 욕할 거 같거든요. 배우와 가수 활동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들 묻는데, 나한테는 그게 하나로 보여요. 서로가 서로에게 휴식같은 존재죠. 내게 영화는 야구 같고 공연무대는 축구 같아요. 공연무대는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쉴 틈이 없지만, 영화는 수비를 하다 공격도 하고, 기다릴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실제 스포츠? 축구를 더 잘해요.

●[L] Legs (다리)

‘색즉시공’ 출연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거절했어요. ‘섹시 코미디’라는데, 내가 ‘섹시함’과는 거리가 머니까. 왜냐고요? 아, 다리가 짧잖아요. 배우로서 오래된 콤플렉스인데… 그런데 아예 다 보여주면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란법석이고 야한 코미디이지만, 내가 짝사랑하는 은효(하지원)의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쇼’를 벌이다 우는 장면에선 콧날이 시큰했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진심만 전달되면 이 영화도 튼튼한 다리로 롱런할 거라고 생각해요.

●[K] Kudos (명성)

열흘 전에 제 매니저가 교통사고로 팔을 잃어서 마음이 아픈데…. 아무리 유명해져본들 인생이 덧없으니 지금 행복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개 사람들이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이 다음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들 하고. 그런데 ‘이 다음’만 생각한다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면서 아쉬움만 쌓일 것 같아요.

유명해진 덕택에 얻은 걸 움켜쥔 채 베풀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10년 뒤의 내 모습요? 도리를 지키고 분수를 알고, 의리를 지키는 ‘멋있는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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