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걸 파이트’ 문제소녀, 세상을 향한 분노의 펀치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8시 37분


‘걸 파이트’.사진제공 미로비전
‘걸 파이트’.사진제공 미로비전
늘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뉴욕의 문제아인 10대 소녀 다이아나(미셸 로드리게즈). 어머니가 자살한 뒤, 실직자에다 술주정뱅이인 아버지와 남동생과 함께 빈민가에서 사는 그는 세상에 대해 불만투성이다. 우연히 남동생이 다니는 체육관에 들른 다이아나는 복싱을 보며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아버지의 지갑을 털어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다.

복싱을 소재로 삼았으나 ‘걸 파이트’는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성장 영화 쪽에 가깝다. 다이아나는 힘을 보존하고 배분하는 복싱 기술을 터득하는 것과 함께 스스로를 통제하고 내면의 힘을 발견하는 삶의 기술도 깨우친다.

다이아나가 사랑을 느끼던 같은 체육관의 애드리안(산티아고 더글라스)과 혼성 복싱시합에서 맞붙는 마지막 장면. 애드리안은 사랑을 느끼는 여자와 싸울 수 없다며 경기를 포기하려 하지만, 사랑과 승부를 별개로 여기는 다이아나는 그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사랑을 위해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버리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결말이 ‘쿨’하다. 여성 감독 카린 쿠사마는 자신이 20대 때 복싱을 배웠던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0년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작. 원제 ‘Girl Fight’. 15세이상 관람가. 15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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