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도 '퍼주기 교류' 인가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43분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남북한 방송교류사업에서 방송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의 사업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류 대가로 북한에 상당한 뒷돈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추석 때 전국에 생방송까지 됐던 KBS교향악단의 평양공연 만해도 여러 궁금증을 자아낸다. 방북 전 KBS가 통일부에 승인 받은 총 사업비는 98만달러(11억7000만원)였다. 그러나 어제 KBS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액수가 크게 늘어나 140만달러(16억8000만원)를 쓴 것으로 보고됐다. 왜 갑자기 40여만달러의 비용이 더 늘어난 것인지 석연치 않다.

KBS측은 뒷돈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공연 한번에 지출한 돈이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사업비용을 부풀려 일부를 북한에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이미자 평양공연’을 방송한 MBC는 이 공연 등의 사업비로 60만달러(7억2000만원)를 통일부로부터 승인 받았으며 이와 별도로 컬러TV 5000대를 북한에 제공했다고 한다. 왜 시가 60만달러 상당의 컬러TV까지 대가로 제공하면서 그런 사업을 해야만 했을까.

남북한 방송교류사업이 크게 늘면서 방송가에서는 어느 방송사가 얼마의 돈을 주고 교류를 성사시켰다는 반갑지 않은 후문이 꼬리를 이었다. 이번 추석과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서는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교류사업에 나섰으며 앞으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과잉경쟁마저 우려되고 있다.

방송교류는 남북한 상호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호주의에 입각해야지 남쪽이 모든 경비를 대고 대가까지 지불하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 방송은 권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북 방송교류가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순수한 문화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방송교류가 또 다른 ‘북한 퍼주기’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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