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윤도현 "노래보다 힘드네요", '…러브레터' 첫녹화 진땀

  • 입력 2002년 4월 3일 17시 06분


KBS2 ‘이소라의 프로포즈’ 후속으로 6일 시작하는 ‘윤도현의 러브레터’(일 새벽 1·20) 첫녹화가 있었던 2일 오후 8시, 녹화 현장에는 ‘바람잡이’가 없었다. ‘바람잡이’란 녹화 시작 전 분위기를 띄우거나 녹화에 들어가면 박수의 시작과 끝을 지도하는 무대감독. 방송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감초격인 ‘바람잡이’가 안보이는 게 매우 특이했다.

500여명의 관객이 들어차자 마자 무대의 불이 꺼진다. 희미한 조명이 한 ‘빡빡머리’ 사내의 미끄러지는듯한 발걸음을 쫓는다.

윤도현이 나타나자 관객은 몇차례 사전 연습을 한 것 처럼 일제히 환호성과 박수를 보낸다. 박수의 시작과 끝이 어쩜 그리 척척 맞는지. 여성 관객들이 하나 둘 고개를 빼들고 “안보여 어떡해”라며 발을 동동구른다.

라이브로 다져진 탄탄한 가창력과 성실한 이미지로 두터운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윤도현이 MC에 나서는 첫무대. 이미 MBC 라디오 ‘2시의 데이트’에서 DJ실력을 인정받은 그이지만 처음은 떨리는 모양이다. 한동안 어…, 그…, 저…, 등 ‘버벅거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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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이 첫 초대 손님으로 나오자 그의 ‘어눌함’은 한층 심해졌다. 신승훈의 노련한 입담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

“어제 광주에서 콘서트가 있었어요. 어제가 식목일 이었죠?”(신승훈)

“?….(어제는 4월 1일이었는데??)”(윤도현)

녹화때는 방영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날짜가 앞서간다는 사실을 재빨리 파악한 관객이 “네에∼∼∼.”라고 함성을 지른다. 윤도현이 이어 “?…, 아아, 그렇죠. 잘 하셨어요?”라고 맞장구치고. 녹화일과 방영일이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윤도현이 신승훈의 짓궂은 장난에 ‘한 방’ 먹은 셈이 됐다.

김종서가 두 번째 손님으로 나와 신승훈과 듀엣곡을 불렀다. 신승훈의 장난이 계속되자 김종서가 묻는다.

“도대체 누가 MC죠?”

윤도현의 혼을 빼놓는 한바탕 ‘수다’가 끝난 뒤 재미교포 출신의 가수 ‘제인(Jane)’과 ‘드렁큰 타이거’의 무대가 이어졌다. 두 팀 모두 한국말이 서툴러서인지 윤도현이 조금 자신감을 회복했다.

윤도현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드렁큰 타이거’가 내 MC데뷔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찾아왔다”고 말하자 관객들은 못믿겠다는 반응. ‘에이∼∼∼’하는 부정에 윤도현은 애드리브 한마디로 맞선다.

“저도 ‘나름대로’ 인간관계가 있어요. 이거 왜 이러세요.”

이제 다소 ‘흐느적’거리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마지막 무대는 윤도현 밴드가 장식할 차례였다. ‘내게 와 줘’의 전주가 시작되자 윤도현은 이미 180도 다른 인간이 돼 있었다. 무대 위를 휘젓는 그의 ‘땐스’와 괴성에 가까운 그의 ‘샤우팅(지르기) 창법’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러댔다. 관객들은 마치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다는 듯 환호했다.

녹화 뒤 분장실에서 그에게 물었다.

“MC할 때와 노래부를 때가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죠.”

겸연쩍게 웃으며 그가 답한다.

“그게 로커의 속성인 것 같아요. 무대에선 ‘미친 놈’처럼 날 뛰다가도 말할 땐 ‘안녕하셔요’라고 쑥스럽게 인사하는.”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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