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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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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수요기획-임상보고 당신이 잠든 사이’(수 밤12시)에서는 현대인들의 수면부족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야근을 미덕으로 삼고, 밤새 일하는 사람이 부지런한 엘리트 대접을 받으며 학생들이 쏟는 코피를 ‘훈장’으로 여기는 게 한국 사회의 분위기. 경기 수원 성빈센트 병원이 최근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10명 중 7명이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잠을 자더라도 개운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하품 몇 번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다.
제작진은 남녀 대학생 5명을 데려다 55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이들의 뇌파와 혈액의 면역수치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50시간이 지날 즈음에 이들의 신체는 기이한 현상을 나타냈다. 눈을 뜨고 활동하지만 뇌에서는 ‘α(알파)파’를 비롯한 깊은 수면 상태를 가리키는 파장들이 속속 측정됐다. 혈중 면역수치는 즉시 전염병에 걸릴 정도로 낮아져 있었으며 근육의 힘이 빠져 몸을 지탱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제작진은 또 “코를 골아 잠을 깊이 못자는 임신부는 임신중독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의의 연구 결과도 확보했으나 일반화하기 어려워 편집에서 걸러냈다. 그 밖에 아무리 자도 수면부족 상태로 남아 있는 질병인 ‘기면병’환자가 어쩔 수 없는 질병인데도 ‘게으르다’는 이유로 홀대받는 사례도 취재했다.
연출 이은택 PD는 “뇌중풍 등은 충분한 잠으로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고 학생들이 밤새 공부한 내용을 다음날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