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3월 19일 19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국 남성 앵커들이 단명하는 것은 정치권이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얼굴이 팔려 어느 지역에든지 앵커를 데려다 꽂으면 상대 당 후보를 무찌르고 당선이 되니 선거철마다 각 당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진다. 여성 앵커는 뉴스 진행자로서의 능력과 함께 어느 정도 성적 매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 같다.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CNN은 경쟁사인 폭스의 폴라 잔(46)을 연봉 200만달러(약 26억원)에 스카우트한 뒤 ‘어디서 이렇게 도발적이고 영리하고 섹시한 앵커를 만나겠습니까’라는 광고를 내보냈다가 폴라 잔의 항의를 받고 급히 광고를 내렸다. CNN은 섹시한 앵커를 빼앗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창사 5년 남짓한 폭스와 시청률 경쟁에서 패배했다.
▷CNN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뉴스 대부분을 여성 앵커 단독으로 진행해 여성제국이라고 불린다. 아침 뉴스를 제외한 프로에서는 여성 앵커의 인종 구성이 다양할뿐더러 용모가 빼어난 미인보다는 수수한 여성들이 많다. 한국계 소피아 최(35)가 CNN 헤드라인 뉴스의 주 앵커로 발탁됐다고 한다. 8세 때 이민간 최씨는 취재기자 출신이다. 본인이 들으면 섭섭해할지 모르지만 섹시함보다는 뉴스 진행 능력을 더 평가받은 것 같다.
▷미국에서 여성 앵커들은 40대에 황금기를 구가한다.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앵커인 NBC 케이티 큐릭(44)과 CNN 폴라 잔이 모두 40대다. 그러나 한국 여성 앵커의 정년은 고작해야 30대 초반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KBS 황현정 앵커(32)가 작년에 벤처기업인과 결혼해 가사에 전념하겠다며 방송을 떠났다. 시청자와 친숙해질 만하면 남성 앵커는 정치에서 끌고 가 요절시키고 여성 앵커는 재계에서 일찌감치 데려가 단명으로 끝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