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일요일…' 건축가 이창하-김원철씨 "행복 지어요"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48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오후 6시)의 간판 코너 ‘러브하우스’에서 개그맨 신동엽과 함께 다 쓰러져 가는 이웃의 집을 새집으로 바꿔주는 ‘마법사 건축가’ 이창하(46·이창하디자인연구소 대표)와 김원철씨(38·포디움 대표). 두 사람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돈 버리고 정(情)을 얻었다고 털어놓는다.

# 장애아 부탁에 밤샘 작업도

지난해 11월 러브하우스팀에 합류한 김 대표는 9년째 홀로 살고 있는 이혼남. 프랑스 건축6대학을 나와 설계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포디움을 창립해 일에 빠져 살고 있지만 양 옆구리는 늘 허전하다.

“부정(父情)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했어요. ‘러브 하우스’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나도 결혼 생활을 계속 했으면 저만한 아이들이 있을텐데라고 상상합니다.”

김 대표는 전신마비인 경기 군포시의 이모씨 집을 지을 때는 사우나에서 잠을 자며 공사기간 13일 내내 현장을 지켰다. 음성인식 창과 전동 침대 등 ‘발명’수준의 인테리어를 꾸며낸 그는 “이씨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아직 아버지가 되지 못한 그는 러브하우스 오픈일에는 애들 선물을 사다 서랍 곳곳에 넣어둔다. 고친 집 문을 열며 세상의 모든 것을 얻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이창하 대표도 지난해 근육병을 심하게 앓던 아이 홍수(13·경기 이천) 생각만 하면 아직 목이 메인다고 말한다. 홍수는 러브하우스 오픈 녹화를 하루 남겨 놓고 제작진 몰래 이대표에게 “방을 파랗게 칠해달라”고 부탁했고 이대표는 밤 새워 천장과 벽에 하늘을 그렸다. 다음날 홍수가 방문을 열었을 때 방과 하늘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는 “50을 코 앞에 두고서야 ‘사람 사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사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젊었을 적 2년간 절을 돌아다니며 단청(丹靑)을 배웠고 82년 결혼한 첫 부인과 함께 무작정 유럽 미국 등지를 동가식 서가숙, 집시들과 노숙하며 방황했다.

그러나 첫 부인과 이혼한 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뉴브리지대학에 들어가 순수미술을 전공하며 미국 인테리어 회사에서 설계일을 병행했고 1997년 이 회사가 맡은 서울 힐튼호텔 공사차 한국에 온 김에 정착했다. 현재는 재혼한 부인과 사이에 둘, 첫 부인과 사이에 둘 등 2남2녀를 키운다. 가장 큰 아이가 23세, 5세다.

# 협찬 모자라 자비 1억 보태

MBC가 ‘러브하우스’ 한채 개조 비용으로 쓰는 예산은 1500만원. 사실 실제 비용의 3분의 1정도다. 나머지는 이씨와 김씨가 재료 업체를 다니며 협찬을 구하지만 그래도 모자라 현재까지 각각 1억원씩 자기 돈을 쓴 상태. 포스홈이나 세명화학처럼 자선 사업 차원에서 선뜻 협찬을 하기도 하나 광고 효과만 따지는 야멸찬 회사를 만나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짓 왜 하나 싶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기뻐할 모습을 보면 고달픔이 싹 가셔요.”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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