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스킷티어(The Musketeer)’에서 악당 페브르(팀 로스)는 술집에서 칼솜씨를 뽐낸 달타냥(저스틴 챔버스)에게 이렇게 묻는다.
대답은? 하긴, 들을 필요도 없다.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홍콩 영화에서 배웠군.”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원작으로 한 ‘머스킷티어’는 배경만 17세기 프랑스일 뿐, 서양 배우들의 홍콩 액션 영화같다.
수십 미터 높이의 사다리에 매달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칼싸움을 벌이거나, 흡사 곡예를 하듯 몸을 틀며 싸우는 모습은 ‘황비홍 2’ 등에서 자주 본 장면.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의 무술감독 신신샹은 ‘황비홍’ 시리즈의 무술도 담당했었다.
뒤마의 소설 ‘삼총사’는 지금까지 여덟번 영화화됐다. ‘머스킷티어’는 원작과 달리, 달타냥 한 명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삼총사들은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했다.
세계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프랑스의 앤 왕비로 등장하지만, 드뇌브의 역할 역시 미미해 ‘과한’ 캐스팅이 돼 버렸다.
그래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동양적 액션이 미국 관객의 눈에는 신선했던 걸까. ‘머스킷티어’는 개봉 첫 주 미국에서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홍콩 액션이 이미 눈에 익은 한국 관객에게는 글쎄…. 16일 개봉. 12세 이상.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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