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머스킷티어', 서양배우들의 홍콩액션 흉내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23분


“한 솜씨 하시던데, 어디서 배웠지?”

영화 ‘머스킷티어(The Musketeer)’에서 악당 페브르(팀 로스)는 술집에서 칼솜씨를 뽐낸 달타냥(저스틴 챔버스)에게 이렇게 묻는다.

대답은? 하긴, 들을 필요도 없다.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홍콩 영화에서 배웠군.”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원작으로 한 ‘머스킷티어’는 배경만 17세기 프랑스일 뿐, 서양 배우들의 홍콩 액션 영화같다.

수십 미터 높이의 사다리에 매달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칼싸움을 벌이거나, 흡사 곡예를 하듯 몸을 틀며 싸우는 모습은 ‘황비홍 2’ 등에서 자주 본 장면.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의 무술감독 신신샹은 ‘황비홍’ 시리즈의 무술도 담당했었다.

뒤마의 소설 ‘삼총사’는 지금까지 여덟번 영화화됐다. ‘머스킷티어’는 원작과 달리, 달타냥 한 명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삼총사들은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했다.

세계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프랑스의 앤 왕비로 등장하지만, 드뇌브의 역할 역시 미미해 ‘과한’ 캐스팅이 돼 버렸다.

그래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동양적 액션이 미국 관객의 눈에는 신선했던 걸까. ‘머스킷티어’는 개봉 첫 주 미국에서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홍콩 액션이 이미 눈에 익은 한국 관객에게는 글쎄…. 16일 개봉. 12세 이상.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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