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흐말바프 감독 영화 '칸다하르' 화제

  • 입력 2001년 11월 8일 20시 11분


먼지가 풀풀 날리는 아프가니스탄의 메마른 땅. 팔다리가 없는 아프간 난민 수십명이 불구의 몸을 절뚝거리며 상자가 매달린 낙하산을 쫓는다. 상자에는 지뢰로 다리를 잃은 아프가니스탄 장애인들을 위해 국제적십자에서 보낸 의족이 담겨 있다.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44)이 올 2월 만든 영화 ‘칸다하르’에 담긴 장면이다. 이란 국경의 난민수용소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참담한 삶을 부각시킨 이 영화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문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7일 보도했다. 영화는 프랑스 칸영화제에도 출품됐지만 최근까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란의 대표적 감독이면서도 서방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마흐말바프 감독은 영화제에서 한 기자로부터 “왜 이렇게 하찮은 소재를 영화로 만들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영화를 만든다기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무지한 이 세상 사람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하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 영화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아이러니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개봉됐고 내년 1월 미국에서도 상영될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탈레반 정권의 탄압에 못 견뎌 캐나다로 망명한 한 여자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 여주인공을 맡은 니로파르 파지라(28·오른쪽)는 실제로 89년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캐나다에 정착했다가 99년 고향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귀국을 시도했으나 탈레반측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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