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트레이닝 데이' 부패형사의 신참조련 'LA투캅스'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13분


영화 ‘트레이닝 데이’는 덴젤 워싱턴의 팬이라면 꼭 챙겨볼 만한 영화다.

흑인인권운동가(말콤X)에서 인간미 넘치는 풋볼코치(리멤버 타이탄)까지 늘 반듯하거나 영웅적인 캐릭터만 연기해 온 워싱턴이 처음으로 야비한 악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니까. 워싱턴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성공적인 변신 덕분에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2주간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흥행작.

‘트레이닝 데이’는 원칙과 양심을 지키려는 신참 형사 제이크(이단 호크)가 마약반에 배치되기 전 고참 형사로부터 하루동안 실전 트레이닝을 받으며 겪는 체험을 다룬 영화. 워싱턴이 그 고참 알론조로, LA에서 가장 위험한 할렘가에서 마약 수사 업무를 13년째 맡아온 부패 형사다.

알론조는 “늑대로부터 양을 지키려면 내가 늑대가 돼야 한다”며 ‘법의 정의’와 ‘거리의 정의’의 선을 넘나든다.

알론조는 제이크에게 욕설은 물론, 마약흡입까지 강요한다. 압수해야 할 증거물인 마약대금의 일부를 챙기고, 마침내 자기 필요에 따라 피의자를 살해하고 정당 방위로 위장한다. 당초 알론조의 카리스마에 눌렸던 제이크는 뒤늦게 ‘마지노선’마저 넘어서는 알론조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초심’을 지켜낸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뮤직비디오로 명성을 얻은 경력답게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긴박감이 느껴지는 화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초 중반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고조됐던 것과 달리 마무리가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끝나는 게 평범하다.

워싱턴에 다소 가려졌으나 이단 호크의 연기도 뛰어나다. 인기 래퍼 스눕 도기 독과 여가수 메이시 그레이 등 카메오로 출연한 가수들을 보는 즐거움이 덤이다. 2일 개봉. 18세 이상.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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