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VJ 서경선씨 세상 들여다보기…혼자 기획부터 편집까지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29분


<<비디오 저널리스트(VJ) 서경선(29)은 ‘12분의 승부사’다. 거칠지만 진솔한 화면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 2TV‘VJ 특공대’(금 밤 9·50)에서 한 회에 소개되는 작품은 4편.

한 편 방영시간은 12분이다. 2년 차 VJ인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떼돈이 보인다, 때밀이의 힘’ ‘범죄소탕 대작전’ 등 40여 편의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기획과 아이템 선정에 이어 취재원 섭외가 끝나면 일주일 정도의 촬영과 편집, 수정을 거쳐 한 작품이 탄생된다.

VJ는 방송작가가 쓰는 대본을 제외한 모든 일을 혼자 해낸다.

오는 27일 방영될 예정인 ‘1㎝만 커다오’(가제)의 촬영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하루를 통해 VJ의 치열한 현장을 엿보았다.>>

◆ 1분을 위해 하루를 투자

18일 오전 9시 서울 목동의 산후 조리원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요즘 산모들은 아이의 키가 크기를 바라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에게 매일 다리 마사지를 받게 한다. 다리 마시지를 하면 키가 더 커진다는 믿음 때문. 단순한 스케치성 촬영에 두 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가 나서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요. 먼저 취재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감을 이룬 뒤 촬영을 시작하죠. 그래야 원하는 장면과 멘트를 끌어낼 수 있어요.”

서울 역삼동의 어린이 집을 거쳐 신사동의 한림대 재활의학과 ‘휜 다리 교정 클리닉’까지 이어진 촬영이 끝난 시간은 밤 9시30분. 이날 촬영한 내용은 실제 방송에서 1분 남짓 방영될 예정이다. 여의도 사무실에서 작가와 다음 일정을 상의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1분 촬영을 위해 17시간이 투자된 셈이다.

◆ 안되면 되게 하라

VJ로서 서경선의 첫 번째 철칙은 ‘안되면 되게 하라’. 취재원이 섭외를 거부하면 끝까지 설득하고 그래도 안되면 취재원의 현장에 동참한다. ‘굶어야 산다! 240시간의 단식’이라는 작품이 그랬다.

“단식을 하다보면 사람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살 빼는 모습을 보여주길 싫어하죠. 간신히 출연자 섭외는 됐는데 제가 뭔가 먹었다 싶으면 귀신같이 알아맞히고 저에게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는 거예요. 결국 저도 열흘동안 함께 단식을 하며 촬영을 했죠.”

사법 연수원을 드나드는 고급 마담뚜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몰래 카메라를 들고 며칠씩 잠복 근무를 했다.

◆ 숨어있는 뉴스를 찾아라

서경선은 VJ의 매력을 “뉴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를 다른 각도에서 다룰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포착할 수도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때밀이 아줌마 양성학원’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별걸 다하는 남자, 119 구조대’편에서는 서경선 등 VJ 2명이 번갈아 가며 한 달 동안 합숙하면서 ‘벌집 제거’나 ‘잠긴 문 열기’ 등 소방대원의 이색 출동 현장을 소개했다. “서부 소방소에서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소방대원들의 다양한 활동 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얼마 후 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소방대원 그 후’를 찍으면서 아픈 마음에 일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했죠.”

◆ 카메라를 지켜라

그녀는 6mm 카메라를 ‘분신’처럼 아낀다. 서울시 경찰청 특수수사대의 활약상을 따라간 ’퇴폐와의 전쟁’에서 무허가카바레를 급습했을 때 험악스러운 인상의 조직원들이 촬영하지 말라며 카메라를 뺏으려 하자 몸으로 버티며 끝까지 카메라를 지켰다.

“몸은 다쳐도 카메라는 보호한다는 게 VJ의 두 번째 철칙이에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정직한 것이 카메라라고 생각해요.”

◆ 정통 다큐멘터리를 꿈꾸며

서경선의 꿈은 정통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따뜻한 인간의 내면을 따라가고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반(半) VJ일 뿐이에요. 대본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진정한 VJ죠. 그 다음에 정통 다큐멘터리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