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인-MBC 강경대치…출연거부 장기화 조짐

  • 입력 2001년 7월 11일 19시 28분


7일부터 시작된 연예인들의 MBC TV 출연 거부에 대해 MBC가 ‘뉴스데스크’의 보도 등을 통해 강경 대응에 나섬으로써 양측이 정면대결 양상을 빚고 있다.

신승훈 박진영 김현정 등 120여명의 연예인들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연예인 대 매니저-한일비교’ 편이 연예인과 매니저를 노예 계약으로 묘사해 연예종사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의 결의에 따라 MBC가 사과할 때까지 무기한 출연을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MBC는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한국프로듀서연합회의 성명을 인용해 “연예인들의 집단 행동은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사익(私益) 집단의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한 ‘시사매거진2580’측은 “연예인들의 집단 행동은 방송제작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뉴스데스크’ 톱기사로 사과하라는 연제협의 요구는 터무니없다”면서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시사매거진’측은 또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검토한 결과 매니저와 연예인 사이의 관계를 왜곡 보도한 부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MBC 예능국 PD들은 “연예인들의 출연 거부가 2주를 넘기지 못할 것이고, 이번에 밀리면 앞으로 연예인 섭외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게 된다”며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내부에서 이처럼 강경 기류가 형성되자 연예인들의 대응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한 매니저는 “‘시사매거진 2580’의 문제는 연예계 일부에 불과한 문제를 확대해 연예계 전반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한 데 있다”며 “MBC가 자기 프로그램의 잘못을 방송계와 연예계의 전면전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 가운데는 “CF 계약할 때 MBC 방영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자” “MBC 출연거부 시한을 아예 1년으로 못박자”는 등의 발언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연제협은 ‘시사매거진’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구제 신청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MBC와 연제협이 이처럼 마주보고 달리는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출연 거부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MBC와 연제협은 10일 오후에도 만나는 등 대화를 계속하고 있어 극적 타결 가능성도 없지 않다.

MBC는 지난주 뮤직비디오로 대체됐던 ‘생방송 음악캠프’는 14일 불방될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오락 프로그램도 당분간 다소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