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을동화>,은서-준서의 슬픈 언약식으로 끝맺는다

  • 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57분


“내 평생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순간마다 오빠 사랑했던 것 알지?” (은서)

“알아. 나도 그러니까.” (준서)

올 가을,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시청률 1위의 KBS 2TV 미니시리즈 ‘가을동화’는 결국 슬프게 끝을 맺는다.

7일 방영될 마지막회에서 혈액암이 악화된 은서는 사랑하는 준서의 등에 업힌 채 두사람이 잘 가던 해변가를 거닐다가 숨을 거둔다.

숨지기 전 은서의 죽음이 가까워진 사실을 안 두 사람은 촛불을 켜놓고 서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둘 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은서의 선택을 두고 팽팽히 맞섰던 ‘준서냐, 태석이냐’의 문제는 15회부터 준서쪽으로 기울어져 마지막회에서 준서와 맺어지게 된다. 태석은 준서와 은서의 행복을 빌어주고 유미는 유학을 떠난다.

은서의 죽음을 이미 결정했던 작가와 연출자가 최후의 순간까지 고민했던 것은 준서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문제. 제작진의 마지막 선택은 준서도 죽인다는 것.

당초 KBS 홈페이지 ‘가을동화’ 시청자 게시판에는 ‘작가님, 은서를 살려주세요’라는 애타는 ‘민원성’ 글이 하루에 1000여건 쇄도했으나 은서의 죽음이 기정사실화 된 후에는 “기왕 그렇게 될 바에야 죽어서라도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해 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회에서 준서는 은서가 죽고 난 후 홀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져 자살 준비를 하지만 이를 눈치챈 은서는 “내가 오빠를 죽게 할 수 없다”며 절대로 따라 죽지않겠다는 다짐을 준서로부터 받아낸다.

은서와의 ‘가혹한 약속’을 지켜 꿋꿋이 살기로 결심한 준서는 은서 장례식날, 태석이 강에다 은서의 유해를 뿌리는 바로 그 순간에 우연한 자동차 사고로 숨을 거두게 된다.

준서가 사고를 당한 장소는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 은서가 ‘동생’에서 ‘남’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던 옛 사고 현장. 준서는 희미한 미소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연출진은 준서의 사고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신 짧게 암시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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