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촬영현장]KBS<가을동화>,가을영상 돋보여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16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태풍 ‘사오마이’의 영향으로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15일 이곳에서는 KBS 새 월화드라마 ‘가을동화’ (밤 9시50분)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비 때문에 이날 촬영은 3회에 방영될 실내씬 위주로 이루어졌다. 주인공인 윤준서(송승헌 분)와 신유미(한나나)의 약혼식 장면으로 준서가 약혼녀와의 대화 중에 최은서(송혜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처음으로 내비치는 장면이었다.

“준서씨, 첫사랑 이름이 뭐에요?”

“…나무”

윤석호PD가 “컷!”을 외치고 송승헌에게 다가와 “대사를 하기 전에 시간을 충분히 두고 고개는 좀 드는게 낫겠어”하고 주문했다.

큐사인과 함께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컷!”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송승헌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번도 아닌데…. 다시 하죠”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촬영을 계속하는 것으로 유명한 윤PD를 두고 스탭 중 한명은 “영화 찍는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하루종일 단 두 씬만 찍은 날도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첫 방영일(18일)을 3일 앞둔 이날까지도 첫회분의 5분의 1 가량을 못찍은 제작진은 봉평에서 촬영을 마치자마자 쏟아지는 비를 무릅쓰고 다음 촬영지인 강릉으로 떠났다.

미니시리즈 ‘프로포즈’ ‘초대’ 등에서 도회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해 온 윤PD는 이번에는 가을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경을 담기 위해 속초와 강릉, 예천을 주 촬영 무대로 잡았다.

‘가을동화’는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뀌는 바람에 14년간 친남매로 알고 자란 두 남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교통사고로 혈액형 검사를 받게 되면서 은서와 준서는 친남매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은서는 친엄마의 집에서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성인이 돼 재회한 준서와 은서는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며 반가워하지만 점차 남매 이상의 감정을 서로에게 느끼게 되는데….

윤PD는 “가을을 맞아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 얘기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리얼리티를 다소 포기하더라도 시처럼 아름다운 서정적 영상표현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봉평〓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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