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0 축구' 열기에 잠 못 이루는 밤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유로 2000 축구’ 열기로 밤잠을 설치는 축구팬들이 늘고 있다.

오전 1시와 3시 KBS에서 방영되는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전국시청률이 심야시간 시청률로는 이례적으로 7%대까지 급상승하고 있다.

AC닐슨의 서울지역 시청률조사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25일 오전 1시에 방영된 포르투갈 대 터키의 8강 경기가 7%를 기록한데 이어 26일 새벽 방영된 네덜란드 대 유 고전도 6.2%였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전국시청률 조사에서도 두 경기는 각각 5.1%와 4.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8강전까지 28경기의 평균 시청률은 낮시간대 재방송분까지 포함해 2.4%에 이르렀다.

한국 국가대표가 뛰는 경기를 제외하고 심야시간 스포츠중계 시청률이 3%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16∼19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첫 US오픈 우승 중계방송의 전국 시청률은 평균 0.7%에 불과했고 박지은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시합이었던 캐시아일랜드그린닷컴 클래식 골프대회 결승전(5일) 시청률도 3.1%에 머물렀다.

축구와 골프의 대중적 인기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로 2000’ 시청률은 이례적으로 높은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현재와 같은 인기 추세라면 네덜란드 대 이탈리아(30일 오전 1시)의 4강전과 결승전(7월3일 오전3시)의 시청률은 10%를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선수는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남의 나라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두터워진 축구팬들의 수준 높은 축구에 대한 갈증이라는 분석이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조사결과 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 중계 시청률중 가장 높았던 3월12일의 수원 삼성 대 성남 일화의 개막전 시청률이 4.3%였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번 대회에서 전통의 강호 독일과 잉글랜드가 몰락하고 포르투갈과 터키 등이 새로운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점도 축구팬들의 흥미를 더욱 돋웠다.

‘유로 2000 축구’의 김춘길 PD는 “유럽축구가 남미축구 못지않게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게임당 평균 서너골 이상 터져 시원한 맛을 준다”면서 “루이스 피구와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 등 새로운 스타들의 부상도 시청률 상승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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