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MBC드라마'이브의 모든 것', 日만화 표절의혹

  • 입력 2000년 5월 23일 14시 03분


방송된지 한달이 막 지난 MBC 미니시리즈 '이브의 모든 것'(수, 목 밤 9시50분 방송)은 허영미(김소연 분)와 진선미(채림 분)의 사랑과 일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을 다룬 MBC의 야심작이다.

'허영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성공과 출세에 집착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한 성격의 조금은 독하고 악랄한 인물이다. 이에 반해 '진선미'는 착하고 명랑하며 순순한 이미지로 허영미의 가장 큰 경쟁상대이자 숙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재석은 선미가 사랑하지만 결국 영미의 연인이 되는 이웃집 오빠로, 장동건은 숨은 실력자로 선미를 남모르게 도와주고 지켜봐주는 방송국 이사역을 각각 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나 상황설정이 한 일본 만화와 흡사하여 표절의혹을 제기한다.

올해 1월부터 서울 문화사가 발행하고 있는 모리타 유우코의 '사랑의 기적'(한국어판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총 6권이 발행된 이 만화는 유키노라는 미모의 소녀가 동갑인 타에코의 집에 먼 친척이라고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이브의 모든 것'에서는 허영미가 진선미의 생명의 은인으로 선미 가족으로 들어온다.

타에꼬는 뚱뚱하고 못생긴 추녀지만 마음은 착하고 순수하다. 진선미는 허영미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역시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타에꼬는 옆집의 마사토를 오래전부터 좋아하지만 마사토는 갑자기 등장한 유키노를 좋아하게 된다. 진선미가 우진(한재석 분)을 좋아하지만 우진은 영미와 연인이 된다.

이 만화에서는 히지리라는 성형외과 의사가 타에꼬를 도와주고 '이브...'에서는 장동건이 채림을 도와준다. 물론 만화에서 그 의사와 타에꼬의 관계, 장동건과 채림의 관계는 내적 동기나 상호작용의 형태가 조금은 다르기도 하지만 닥터 히지리나 장동건이 숨은 실력자로 배후에 있다는 설정은 상당히 유사하다.

또, 유키노와 타에고가 나중에 영화배우나 CF 모델의 일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은 허영미와 진선미가 아나운서로서 경쟁하고 밀고 당기는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며, 무엇보다 유키노가 타에꼬를 이기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은 허영미가 진선미에게 보이지 않게 괴롭히는 것과 같다.

허영미가 진선미 화장품속에 아세톤을 넣은 것, 진선미의 아나운서 3분스피치 원고를 몰래 찢어버린 것 등등 여러가지 극적인 상황들은 '사랑의 기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단지 그것을 한국적으로, 또 드라마용으로 바꿔놓은 것 뿐이다

앞으로 '이브의 모든 것'이라는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방송된 내용은 모리타 유우코의 '사랑의 기적'을 표절했다고 진지하게 의심해볼 만큼 그 포맷이나 상황설정이 유사하다.

예전에 '토마토'와 '해피 투게더'를 쓴 작가가 한 만화동호회로부터 찢어진 속옷을 선물(?)받았다. 그 두 작품은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았었고, 표절사실이 거의 인정되었던 드라마이다.

표절은 또하나의 범법행위이고 엄연한 도둑질이다. 그리고 직업의식과 윤리가 해이한 작가들의 일본작품 표절은 보이지 않는 일본 식민지화에 앞장서는 일이다.

독창적이고 순순한 우리만의 작품이 아쉬운 때이다.

이문자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ugly_pota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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