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묵배미의 사랑' 드라마로 본다…KBS2 '바보같은 사랑'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4·13 총선 개표방송만큼이나 KBS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것은 1년 넘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2TV의 월화드라마일 것이다. 올해만 해도 ‘마법의 성’ ‘나는 그녀가 좋다’에 이르기까지 줄곧 스타급 연기자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어정쩡한 포맷으로 줄곧 5%대의 시청률에서 맴돌았다. 18일 종영되는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는 이를 만회하고자 오랜만에 볼거리 위주의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온통 “형님∼”을 외치는 깡패들만 가득한 저질 액션으로 일관해 역시 5%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KBS2가 24일 첫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바보같은 사랑’(밤9·50)은 1998년 강세를 보였던 서정성 짙은 멜로로 회귀하는 드라마다. 특히 ‘바보같은…’의 최대 강점은 ‘거짓말’(1998년) ‘슬픈 유혹’(1999년)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표민수PD -작가 노희경씨 콤비가 세 번째 손발을 맞춘다는 점.

불과 4편으로 ‘1990년대의 김수현’으로 불리는 노희경씨(30)는 모두 어딘가에 적잖은 멍에를 짊어진 듯한 젊은 인간군상들의 내면을 얼음송곳으로 도려내듯 섬뜩하고 감각적인 대사로 정평이 난 작가. ‘거짓말’과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MBC·1999년)에서 보여준 그의 솜씨에 PC통신과 인터넷에는 이 드라마의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다. 표민수PD는 요즘 KBS 내에서 가장 감각적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잃지 않는 영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다.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박영한의 소설 ‘우묵배미의 사랑’을 극화한 ‘바보같은…’에서 이들이 그리는 ‘젊은 군상’은 공장 노동자와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 흔히 말하는 ‘일류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의 미싱보조사인 정옥희(배종옥 분)는 남편인 나이트클럽 종업원 조용배(김영호)에게 전날 밤 흠씬 두들겨 맞아도 다음 날이면 해장국을 끓여 내오는 여자다. 어느 날 그에게 재단사인 진상우(이재룡)가 다가온다. 진상우가 뺀질뺀질하고 생활력이 없지만, 둘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데….

작가 노씨는 “사랑이 배부른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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