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가 24일 첫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바보같은 사랑’(밤9·50)은 1998년 강세를 보였던 서정성 짙은 멜로로 회귀하는 드라마다. 특히 ‘바보같은…’의 최대 강점은 ‘거짓말’(1998년) ‘슬픈 유혹’(1999년)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표민수PD -작가 노희경씨 콤비가 세 번째 손발을 맞춘다는 점.
불과 4편으로 ‘1990년대의 김수현’으로 불리는 노희경씨(30)는 모두 어딘가에 적잖은 멍에를 짊어진 듯한 젊은 인간군상들의 내면을 얼음송곳으로 도려내듯 섬뜩하고 감각적인 대사로 정평이 난 작가. ‘거짓말’과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MBC·1999년)에서 보여준 그의 솜씨에 PC통신과 인터넷에는 이 드라마의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다. 표민수PD는 요즘 KBS 내에서 가장 감각적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잃지 않는 영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다.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박영한의 소설 ‘우묵배미의 사랑’을 극화한 ‘바보같은…’에서 이들이 그리는 ‘젊은 군상’은 공장 노동자와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 흔히 말하는 ‘일류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의 미싱보조사인 정옥희(배종옥 분)는 남편인 나이트클럽 종업원 조용배(김영호)에게 전날 밤 흠씬 두들겨 맞아도 다음 날이면 해장국을 끓여 내오는 여자다. 어느 날 그에게 재단사인 진상우(이재룡)가 다가온다. 진상우가 뺀질뺀질하고 생활력이 없지만, 둘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데….
작가 노씨는 “사랑이 배부른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