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섭교수, 강우석-차승재 독주 비판

  • 입력 2000년 4월 6일 10시 39분


중견 영화평론가이자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인 강한섭씨가 최근 국내 영화계에 일고 있는 독과점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강교수의 표적은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대표와 사이더스(舊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 강교수는 시사교양 월간지인 '이머지'에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을 걱정한다"는 글을 싣고 이들을 강력, 비판했다.

강교수는 글에서 "국내 영화산업이 지난 해 객석점유율 40%에 육박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전제하고 "이같은 놀라운 양적 팽창과 함께 두려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데, 바로 메이저로 부상한 영화사들의 시장 독과점 기도가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한섭교수가 지적하는 메이저급 영화사는 강우석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대표는 영화의 제작과 배급, 극장유통망을 수직적으로 통합운영함으로써, 지난 몇 년간 국내 영화계의 "파워 1인자"로 군림해 왔다. 서울극장의 곽정환회장과 거의 친부자지간에 이를 정도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구축, 서울극장을 출발점으로 하는 전국 극장의 막강한 배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지난 한해 국내 영화 총 제작편수의 1/5에 해당하는 12편을 제작배급했으며 '주유소 습격사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텔 미 썸딩' 등의 영화로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 총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0편의 영화를 제작배급하고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 이 뿐만이 아니다. 3천만달러(약 340억원)에 달하는 미국 월가의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기 일보 직전이며 방송계의 유명 컨텐츠사업자인 김종학PD와는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엄청난 자본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방송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인적, 물적 공급선을 장악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강한섭교수는 이에 대해 "전체 한국영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한 강우석씨의 공적을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그같은 업적이 새로운 영화사업자의 진출을 봉쇄할 정도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점까지 긍정적으로 평가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교수는 영화란 무릇 다양성을 목표로 하는 문화산업인 만큼 강우석씨가 한국영화 전체 제작편수의 25% 이상을 직접 제작하거나 지분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영화문화의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의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이 새로운 시장 참여자의 기회를 봉쇄하고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할 정도라면 강우석은 존경과 함께 엄중한 관찰과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강교수의 결론이다.

중견 영화기획사 우노필름의 차승재씨에 대해서도 강한섭 교수는 예봉을 날렸다.

우노필름은 지난 93년 설립돼 '돈을 갖고 튀어라'와 '8월의 크리스마스', '유령' 등 10여편의 영화를 제작, 대부분 빅히트시켰다. 우노필름을 두고 흔히들 "충무로의 마이다스 손"이라고 부를 정도. 이 우노필름이 최근 이름을 '사이더스'로 바꾸고 영화와 음반, 매니지먼트까지 잇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했다. '사이더스'의 설립 이전에는 무한기술투자 등 벤처자본을 끌어 들여 약 115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강한섭교수가 비판하고 있는 부분은 '사이더스'의 설립, 특히 인력 매니지먼트쪽이다. 강우석씨가 제작과 배급,극장을 잇는 수직통합으로 상품의, 생산과 유통 중심의 고전적 독과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차승재씨는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인력 중심의' 독과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강교수는 '인력을 독점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도덕적 문제로까지 확대될 공산이 크다'며 차씨의 최근 행보를 크게 우려했다.

오동진(FILM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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