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역사스페셜' 고대 순장풍습의 미스터리 조명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죽은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함께 매장하는 장례 풍습인 순장(殉葬)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풍습이지만 고대(古代)에는 전세계적으로 성행했다. 한국에서도 3∼5세기 무덤 중 순장묘가 많이 나타난다. 그러면 순장의 이유는 무엇이고, 함께 묻힌 사람들은 과연 산 채로 매장당했을까?

KBS1 ‘역사 스페셜’은 18일 ‘순장, 과연 생매장이었나’(밤 8시)로 순장의 미스테리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1982년 발굴된 경북 경산시의 임당고분군. 10여년간 발굴 작업 결과 이 무덤은 순장묘라고 밝혀졌다. 연구 결과 함께 발굴된 시신들이 동시에 매장됐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생매장당했을까?

그렇지 않다. 한 무덤에서 나온 인골 중 다리뼈나 두개골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외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취재진은 의학적 검증을 통해 발굴된 뼈에서 외상의 흔적을 찾아봤고 그 결과 이들은 미리 죽임을 당한 후 함께 묻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순장된 사람들의 신분은 무덤의 주인공인 지배자를 위해 봉사하는 몸종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순장자 가운데는 섬세한 문양을 가진 금동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즉 이들은 단순히 몸종이 아니라 상당히 높은 신분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윤한용 PD는 “순장자들을 모두 노예로 볼 수 없으며 가까운 측근들도 많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순장은 502년 신라 지증왕 때 폐지됐다. 이 시기는 우경(牛耕)으로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고 국호를 신라로 확정하는 등 국가의 기틀을 갖추었던 때. 윤 PD는 “국가 체제가 정리되고 공민의 개념이 생기면서 순장이 사라진 것 같으나 그 이유가 아직 학문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방송으로 밝힐 수 없었다”고 말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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