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그 사냥' 27일 첫선…KBS '개그콘서트' 추격 나서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MBC에 KBS2 ‘개그콘서트’의 성공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래서인지 MBC도 뒤늦게나마 제2의 ‘개그콘서트’를 만들었다. 27일 첫방송되는 ‘개그 사냥’(일 오후1·00)이 그것.

‘개그 사냥’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대표되는 버라이어티 쇼 포맷을 과감히 탈피하고 릴레이식 콩트 코미디를 선보인다.

단순한 개그 뿐 아니라 음악과 춤을 적절히 결합, 보는 재미를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출연 개그맨들도 이윤석 홍기훈 등 간판 스타들을 비롯해 김상호 서승만 등 중견과 김은지 고정호 장수정 등 이름도 생소한 신참들까지 전면에 포진시킨다. ‘개그콘서트’가 김영철 김대희 등 경력이 2년도 채 안된 신참들의 참신함과 전유성 김미화 백재현 등 고참들의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킨 점을 벤치마킹한 듯 하다.

코너들은 일단 매우 다양하다. ‘개그 삼국지’는 의형제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가 어떤 웃음으로 적군인 홍건적을 물리치는가를 보여주는 코너.

MBC 드라마 ‘육남매’를 패러디한 듯한 ‘7남매’는 그들이 타고 가던 비행기가 납치범들에게 피랍되자 어떻게 갖은 개그와 입담으로 그들을 회유해내는 지를 담아낸다.

‘진실의 사이렌’은 거짓말은 다 잡아낸다는 싸이렌 앞에서 사람들이 온갖 즉흥적인 말솜씨로 거짓말을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 우선 지나치게 ‘개그 콘서트’의 뒷북을 치는 듯한 포맷. ‘진실의 싸이렌’은 ‘스크림’과 유사하고, 화법을 치료하겠다는 ‘토크 클리닉’은 전유성이 진행하는 ‘개그 클리닉’을 응용한 듯 하다.

더욱이 MBC가 그간 개그맨들을 버라이어티 쇼 등에 집중시킨 것을 고려하면, 개그맨들의 콩트 적응력도 좀더 지켜봐야할 듯 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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