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역사스페셜', 조선시대 임금님 목욕탕 엿본다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조선시대 왕들은 어디서 목욕을 했을까? 지금까지 우리 나라 궁궐 어디에서도 목욕과 관련된 건물이 발견되지 않아 이같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KBS1 ‘역사스페셜’(토 밤8·00)이 26일 방송하는 ‘온천궁궐, 온양행궁의 비밀’ 편은 정조 때 만들어진 ‘영괴첩’에 실린 ‘온양행궁도’라는 그림을 통해 조선조 왕의 목욕궁인 온양행궁의 베일을 벗겨본다.

제작진은 이 그림에서 ‘온천’이라는 특이한 건물을 발견하고 그 실체를 밝히기 위해 취재하던 중 ‘온궁사실’이라는 책을 입수, 당시 온양 행궁의 규모와 내부 시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해냈다.

행궁이란 한양의 궁궐과는 달리 임금이 잠시 머무르는 곳. 이 곳에는 왕의 침소인 내정전과 집무실인 외정전 외에 ‘온천’이 있는데 바로 지금의 목욕 시설에 해당하는 곳이다.

‘온천’에는 지금의 사우나 시설보다 더 복잡한 목욕용 부대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예를 들어 건물 내부에는 동서 욕실과 남북 양방(凉房), 협실과 탕실이 있었다. 욕실은 온돌을 설치한 탈의실이었고, 양방은 목욕 후 찬공기를 쐴 수 있는 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물 중앙에 있는 탕실은 목욕탕인데 판자벽에 도배를 하고 휘장을 두른 화려한 형태였고, 온천물에는 ‘옥체’의 증상에 따라 약재를 타서 목욕했다는 증거가 ‘온궁사실’에서 발견됐다.

한편 왕의 온천 행차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종의 ‘동원령’이었다. 일례로 사도세자가 온양에 행차했던 기록에는 군사를 포함해 740여명이 시중을 들었다.

연출자 전흥렬PD는 “왕이 행차할 때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과거 시험을 치르는 등 유화책을 쓰기도 했지만 당시 백성들에게 끼친 악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