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촬영 여행프로 재미 솔솔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흔히 21세기형 방송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액세스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시청자가 자신이 촬영한 것을 들고 방송국에 ‘접근(access)’해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95년 9월 첫방송돼 22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 KBS1 ‘세상은 넓다’(월∼금 오후5·45)는 이런 의미에서 한국형 액세스 프로그램 모델을 꾸준히 제시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구촌 풍물 다양하게 담아

시청자가 여행 중 캠코더에 담은 세계 각국의 풍경과 보고 느낀 여행기를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세상은…’의 참가층은 정말 다양하다. 전문가나 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도 있지만 자식 대학 보내고 처음으로 남편과 세계 여행을 나선 아주머니와 효도관광 중에 “야, 이런 것도 있느냐”며 카메라를 들이댄 할아버지도 있다. 최소한의 ‘그림’에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 있으면 된다. 물론 아마추어가 찍은 필름이라 초점이 흔들리고 가끔은 테이프가 엉키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 중 겪었던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여과없이 방송한다는 것이 원칙.

지금은 경쟁 방송사에서 같은 시간대에 만화를 방송해도 10%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방송 초반에는 문제 투성이였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여행사에서 기획한 ‘관광 투어’류에 휩쓸렸던 시청자들이 대부분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의 작품을 보내와 방송할 만한 ‘물건’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물건’이 없어 제작진이 직접 여행해 카메라에 담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요즘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한 나라에 대해 두 시간짜리 비디오테이프를 20개 이상 보내온다.

◆여과없이 방영 큰 호응

시청시간대가 애매한 것도 여전한 고민거리. 가정주부를 중심으로 한 중장년층과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초등학생 층이 같이 보는 시간대여서 프로그램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만만찮다.

22일부터는 1000회 특집으로 영화배우 안성기의 부탄 여행기가 3회에 걸쳐 방송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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