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포커스]마이클 더글러스 주연 「더 게임」

  • 입력 1999년 1월 15일 19시 21분


극장보다 비디오로 봐야 제 맛이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다. 18일 비디오로 출시될 ‘더 게임’(20세기폭스)이 바로 그런 경우.

지난해 9월 개봉됐을 때 서울 관객수는 9만2천명. 하긴 좀 어둡고 엎치락 뒤치락 정신없는 이야기여서 극장에서 연인과 함께 보기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집에서 편한 자세로 누워 리모컨을 들고 보다보면 ‘에이리언3’ ‘쎄븐’을 만든 젊은 감독 데이빗 핀처(36)의 연출력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48살의 백만장자 니콜라스(마이클 더글러스 분). 그 나이에 자식도 없고 이혼남에다 돈만 아는 냉혈한이다. 그러나 중년에 느끼는 인생무상때문인지 특별한 이유없이 48살에 자살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운명이 자신에게도 덮쳐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런 그에게 동생 콘래드(숀 펜)가 기분전환을 위한 ‘특별 게임’을 권하는데, 이 게임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차에 태워 물에 빠뜨리지를 않나, 총을 쏴대질 않나, 급기야는 빈털털이로 만들어 관에 넣어 멕시코 공동묘지에 갖다 버리기까지 한다.

정신없이 당하기만 하는 니콜라스뿐 아니라 비디오 시청자들도 후반부로 갈수록 더 헷갈리게 된다. 이거 게임이 아니라 재산을 뺏으려는 사기극아냐? 가만, 그러면 왜 그를 살려두지? 혹시 게임인가? 아냐, 원래 영화 주인공은 죽지않는 법이니까 사기극이 맞을거야…. 거듭되는 반전은 마지막까지 계속되고, 결국 코너에 몰린 니콜라스가 자살을 결심하고 뛰어내린 그 순간, 전모가 밝혀진다. 모든 것이 게임이었다고. 두 번 다시 이런 게임은 하고싶지 않겠지만 니콜라스도 얻은 게 있다. 아버지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의 해방. 또 어려움을 함께 나눌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깨닫게 된다.

마지막장면에서묘한표정으로 웃는 니콜라스.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생은 어쩌면 거대한 게임일지도 몰라. 비디오를 보는 당신, 너무 걱정하지 말라구. 내가 살아남은 것처럼, 당신도 반드시 살아남을테니.”

직장일에 피곤하고,미래가 불안한 30대 남성들에게 추천한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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