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뎐」만드는 임권택감독 …『「그녀의 용기」에주목』

입력 1999-01-08 18:40수정 2009-09-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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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그리고 새 밀레니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라면 한 세기를 정리하는 영화 한편 욕심낼 법도 하다.

거장 임권택감독이 ‘춘향뎐(춘향전)’을 만든다. 9일까지 춘향과 몽룡을 공개모집해 배우를 뽑고 일년간의 작업을 거쳐 빠르면 99년말, 늦으면 2000년의 설날께 선보일 예정이다. 임감독의 97번째 영화, ‘춘향전’으로서는 13번째 영화화다. 새 밀레니엄을 꿰뚫어봐도 시원치 않을 이 세기말, 그는 왜 켸켸묵은 고전에 손을 대는 것일까.

“왜 춘향전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까지 생명력이 있는지, 그걸 영화로 밝혀보고 싶기 때문이지요.”

한 인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을 걸고 대들 수 있는 장렬한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있는지를 묻고 싶다는 것이다. 춘향전이 그를 ‘미치게’ 한 것은 93년 ‘서편제’제작을 준비할 때였다. 조상현명창의 완창을 처음 듣고 그 소름끼치는 소리의 감동을 그림으로 받쳐 극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엄청난 일같아 엄두를 못내고 “한 10년후에나 해보자”고 미뤄두었다.

“그런데 자꾸 춘향전이 내 속에서 밀고 올라오는 거예요. 요즘 우리 영화가 젊은사람만 상대하느라고 폭이 얇아지는데, 내 나이에 그 얇은 관객층에다 대고 영화를 할 것도 아니고… 2, 3년간 가위눌리다가 제작자(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에게 그랬지요. 잘되면 큰 걸 하는 것이고 안되면 큰 걸 버려놓는 거라고, 덤벼볼 용기가 있느냐고… 그랬더니 두말도 않고 승낙하더군요.”

“이렇게 미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좋은 소재를 만났다”고 임감독은 흥분해있다. 다시 밀레니엄으로 돌아가보자. 지구촌시대가 온다는데 왜 극동의 고전인가. 말씨 어눌하기로 소문난 임감독이 띄엄띄엄,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새 밀레니엄과 지구촌시대가 온대도 동서양의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서양인은 ‘때려 죽인대도’ 이해하지 못하는 동양의 세계가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온 한국의 아름다움을 춘향전에 담아 지구촌이라는 큰 꽃밭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됐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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