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이름,시청률 좌우한다』…「IMF형」강세

  • 입력 1998년 4월 20일 09시 50분


“이름(名)이 프로의 ‘명(命)’을 좌우한다.”

개편을 앞둔 TV 3사는 ‘작명소’로 변한다. 작가와 PD들은 새 프로의 이름을 짓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방송사 사장이 ‘낙하산’식으로 제목을 내려주는 경우도 있다.

KBS 1TV ‘용의 눈물’은 작명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

원작은 소설가 박종화의 ‘세종대왕’이지만 윤흥식부주간이 임금을 상징하는 ‘용’과 멜로드라마 분위기의 ‘눈물’을 조합해 제목을 완성했다. 지난해 대선정국이라는 사회 분위기와 작품의 완성도 외에도 이름의 힘이 드라마의 성가를 높였다는 게 KBS의 평가. 작명가 윤부주간은 “경험법칙상 제목이 시청률의 5%를 좌우한다”고 자신했다.

최근엔 시류를 반영한 ‘IMF형 간판’들이 강세를 보이는 추세. 20일부터 시작된 MBC의 봄철 개편에는 ‘도전 구두쇠왕’ ‘나의 사랑 어머니’ 등이 등장했다. 반면 ‘쇼 토요특급’ ‘특종 오늘의 연예토픽’에서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 쇼와 연예라는 단어가 빠졌다.

MBC ‘보고 또 보고’ KBS1 ‘살다보면’ 등 평일 밤8시30분대 맞편성된 두 일일극도 제목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목의 ‘기(氣)싸움’에서 MBC가 앞섰다는 평가다. ‘보고…’의 당초 제목은 ‘손짓’이었지만 기가 약하다는 여론조사에 따라 ‘보고 또 보라’는 의미의 제목으로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시청률에서도 ‘살다보면’을 앞서고 있다.

반면 제목을 탓하는 프로들도 있다.

채시라 유동근 최수종 등 스타급들이 출연했음에도 한자릿수 시청률에 허덕이는 KBS2의 주말극 ‘야망의 전설’이 대표적 경우. KBS내에서는 “‘전설’이라는 단어가 주는 비현실적 이미지 때문인지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쉰다. SBS 일일극 ‘지평선 너머’ 역시 멀게만 느껴지는 어감 때문에 조기종영돼 정말 멀리 사라져 버렸다는 후문.

‘낙하산형’도 있다. 홍두표 전 KBS사장은 ‘바람은 불어도’ 등 주요 드라마의 제목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 MBC 편성기획부의 김세영팀장은 “기본적으로 시청률을 좌우하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라면서도 “한두회에 시청자를 잡지 못하면 ‘명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제목으로 사로잡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