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물속신비」 방영]섬진강에 잠겨 섬진강을 본다

  • 입력 1997년 10월 1일 08시 47분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같은/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쌀밥 같은 토끼풀꽃/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씨가 노래하듯 섬진강은 산골 깊숙이 굽이돌며 「강물 가까이 끝없이 작고 예쁜 마을을 거느린」, 아름다운 강이다. 우리나라 5대강중 가장 맑다는 섬진강을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KBS가 무려 여섯달에 걸쳐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최초의 본격적인 섬진강 수중탐사 다큐멘터리인 「섬진강」2부작은 11월 중순경 KBS 1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디지털 수중카메라와 내시경, 현미경 카메라 등 특수장비를 동원해 납줄개가 조개의 아가미에 산란하는 「공생」의 현장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자연의 신비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람처럼 표정이 풍부한 밀어의 생태도 재미있다. 주먹만한 돌밑의 집을 지키기 위해 화가 잔뜩난 표정으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5월부터 내내 「물고기」처럼 살고 있는 제작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 포착이 만만치 않다는 것. 백능영PD는 『물의 색깔과 수량이 수시로 바뀌고 미리 봐두었던 현장이 며칠 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통에 산란장면 하나를 잡기 위해 수십번씩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10월 중순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목은 은어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일생을 최초로 카메라에 담는 일이다. 광양만에서부터 섬진강 상류까지 은어를 좇고 있다. 그러나 은어를 한번 잡기 시작하면 지게로 지고 갈 만큼 많았다던 예전과 달리 오염과 수량부족으로 산란지가 파괴돼 은어의 일생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은 인간이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밖에서만 물을 보아온 때문이지요. 몇달동안 촬영을 하다보니 물은 그 속에 사는 생명체가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백PD는 『섬진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인간과 다름없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생명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방법을 전하는 것이 이 프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