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헝그리 정신이야. 라면만 먹고 육상에서 금메달 3개 딴 현정화 있지. 걔도 헝그리 정신 때문에 승리한 거야』
『대장님, 그건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앤데요』
그 다음부터 카메라는 정신없이 말을 더듬는 신인 배우를 롱테이크(장면전환없이 이어 찍기)로 잡는다. 무식이 들통나자 걷잡을 수 없이 당황하고 흥분한 「소장파」 깡패는 물건을 집어 던지고 부하들을 때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넘버3」 중에서도 폭소 이전에 「아!」 감탄이 나오는 장면이다. 연극판 출신 신인배우 송강호(30)는 이 장면에서 NG 한번 내지 않았다.
올해 초 「초록물고기」에서는 별무늬 달무늬가 알록달록 그려진 셔츠를 입은 영등포 양아치로 눈길을 끌었었다. 「초록 물고기」가 사실상 그의 영화 데뷔작.
진짜 깡패 아니야? 의문이 든다.
『생긴 모양 따라 그런 역을 맡아서 그렇지 사실은 한 가족의 성실한 가장』이라는 게 그의 「변」. 지난해는 그에게 운이 틘 해였다.
91년 연우무대의 「동승」으로 연기에 발을 들인 그는 지난해 화장실을 소재로 한 코미디 「비언소」가 「터지면서」 연극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마침 이 연극을 보러온 이창동감독의 눈에 띄어 「초록물고기」에 합류했고 계속해서 영화 출연 교섭을 받게 됐다.
『리얼리티가 있는 영화가 좋습니다. 아직 까마득한 신인이지만 「살아 있는 인물」을 만드는 게 배우로서의 꿈입니다』
다음달 촬영에 들어가는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에서는 「보통 젊은이」역을 맡았다. 부산 출신.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