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1가구에 6만명, 강동은 10만명…수도권 단지도 과열
제도 손질에도 쏠림 지속…공급 부족·고분양가 영향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 뉴스1
연초부터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 단지에 수만 개의 청약 통장이 몰리고 있다. 당첨 시 기대되는 수억 원대 시세 차익에 전국 무주택 수요가 집중되면서 무순위 청약 쏠림 현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이 맞물린 만큼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진행된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무순위 청약 1가구(전용 84㎡ B형) 모집에 총 6만 9609명이 신청했다.
막대한 시세 차익에 전국 무주택 수요가 몰렸다. 해당 물량의 분양가는 2023년 최초 분양가 수준으로, 전용 84㎡ B형 기준 11억 7770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건의 입주권이 20억 3000만 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약 9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서울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 무순위 청약에도 10만 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2가구(전용 59㎡ B형) 모집에 10만 6093명이 접수됐다. 분양가는 7억 3344만~7억 8686만 원으로, 시세와 비교해 약 9억 원 안팎의 격차가 있다.
수도권에서도 열기가 이어졌다. 같은 날 진행된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S2블록) 6가구 모집에는 3311명이 신청했다. 전용 59㎡ 기준 분양가는 7억 8525만~8억 7035만 원으로, 인근 시세(약 18억 원)를 감안하면 최대 10억 원에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이후 계약 포기, 당첨 부적격, 미달 물량 등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진행된다.
지난해 초까지는 전국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았다. 막대한 시세 차익 때문에 수십만 건의 청약이 몰리면서 투기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초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며 제도를 정비했다.
그럼에도 수요는 여전하다. 분양 당시 대비 시세가 크게 상승하면서 기대 차익이 수억 원에 달하는 데다, 대출 규제 속에서도 생애 최초 대출 등을 활용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원래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단지가 이어지며 사실상 ‘로또 청약’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거주보다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집중되면서 제도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열 양상이 청약 제도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시민들이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견본주택을 보고 있다. ⓒ 뉴스1
다만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과 공사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신규 분양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5480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는 19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가격 메리트가 있는 무순위 청약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신축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 분양가가 적용되는 무순위 청약은 무주택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자격이 강화됐더라도 시세와 격차가 큰 단지는 높은 경쟁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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