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뛰는 건 시시해”… 산 누비고 근력 키우는 러너들

  • 동아경제
  • 입력 2026년 4월 17일 16시 24분


하이록스·트레일러닝 인기 급증… 신규 수요 창출 돌파구
체험형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미래 고객 선점 포석

지난해 TNF 100 코리아 10km 부문 레이스에서 선수들이 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스페이스 제공
지난해 TNF 100 코리아 10km 부문 레이스에서 선수들이 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스페이스 제공
도로 위를 달리던 러너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다. 러닝과 고강도 트레이닝을 결합하거나 아스팔트 대신 자연을 누비는 방식으로 달리기의 모습이 진화하는 추세다. 러너들의 발길이 옮겨가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스포츠·아웃도어 업계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피트니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단연 ‘하이록스’다. 하이록스는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실내 피트니스 대회로, 러닝과 기능성 운동이 결합된 종목이다. 선수들은 1km 러닝과 버프 브로드 점프, 썰매 밀기와 끌기, 로잉, 월볼 등 기능성 운동을 번갈아 수행하는 패턴을 총 8회 반복한다.

푸마 공식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푸마 공식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하이록스의 인기 비결은 ‘표준화’에 있다. 실내에서 치러지는 데다 경기 구성, 거리, 종목 순서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해 객관적인 기록 측정이 가능하다.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고, 참가자의 98% 이상이 완주할 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이록스의 글로벌 성장세는 가파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번 시즌 글로벌 참가자 수는 13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며, 매출 규모 역시 2억2000만 달러(약 3255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24년 서울 코엑스에서 처음 열린 하이록스 국내 대회에는 6000명 이상이 몰렸다. 올해는 5월 인천, 11월 서울에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한 브랜드는 푸마다. 푸마는 2018년 함부르크 첫 대회부터 현지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2024년 6월에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해 2027년까지 전 세계 모든 하이록스 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디비에이트 나이트로’ 시리즈의 하이록스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관련 제품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트레이닝 앰버서더 홍범석이 운영하는 네드짐과 협업해 ‘하이록스 푸마 팸’ 1기 운영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 사진=코오롱스포츠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 사진=코오롱스포츠 제공
도심을 벗어나 자연 지형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관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달릴 수 있는 트레일러닝은 단순한 기록 경쟁보다 지형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 코스를 정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매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비즈니스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에 등록된 대회에 참가한 러너 수는 2017년 190만 명에서 2023년 28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 세계 트레일러닝화 시장 규모 역시 올해 47억9000만 달러(약 7조882억 원)에 달할 전망이며, 2035년에는 94억6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트레일러닝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2016년부터 국제 대회인 ‘TNF100’을 개최해오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대회 역시 접수 시작 1분 만에 주요 부문이 마감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매년 성능을 개선한 트레일러닝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올해 트레일러닝을 핵심 시장으로 삼았다. 올해 처음으로 트레일러닝 대회를 개최했으며, 트레일러닝 전용 컬렉션도 출시했다. 블랙야크는 2023년부터 제주도에서 ‘BTR 50 트레일러닝 대회’ 등을 직접 주최하고 있다. 전문 강사가 참여하는 트레일러닝 스쿨도 운영 중이다.

왼쪽부터 노스페이스 ‘벡티브 포워드’, 코오롱스포츠  ‘헤드 투 토’ 트레일러닝 컬렉션, 블랙야크 ‘트레일 X GTX’ 착용컷. 각 사 제공
왼쪽부터 노스페이스 ‘벡티브 포워드’, 코오롱스포츠 ‘헤드 투 토’ 트레일러닝 컬렉션, 블랙야크 ‘트레일 X GTX’ 착용컷. 각 사 제공
브랜드들이 체험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나 기능이 주된 구매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브랜드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러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새로운 종목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크다. 대회 참여율이 즉각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참가비 이상의 제품을 증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을 직접 써보게 해 신뢰도를 높이고, 향후 구매로 연결되게 하겠다는 포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비중이 높은 신규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 향후 팬덤 형성과 선호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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