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급망 ‘트윈 쇼크’, 韓경제 덮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31일 04시 30분


이란전쟁 한달, 국내 全산업 충격
‘기본원료 해외 의존’ 급소 드러나
제조업 넘어 비닐 등 생필품도 품귀
환율, 야간 거래서 1520원 넘기도

중동상황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25일 여수산단내 NCC 2공장 모습. 2026.3.25 뉴스1
중동상황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25일 여수산단내 NCC 2공장 모습. 2026.3.25 뉴스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충격이 한국 경제를 덮쳤다. 세계 경제의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와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그 피해는 산업계를 넘어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등 민생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발(發) 에너지와 공급망 ‘트윈 쇼크’가 한국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모양새다.

이미 산업현장에선 정유, 석유화학 업계는 물론이고 조선, 철강, 바이오, 화장품 업계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와 에틸렌 등 산업 기본 원료가 끊기면서 비닐, 플라스틱,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당장 건설 현장에서도 페인트와 단열재 등 주요 자재 값이 크게 오르고, 콘크리트 혼화제(굳는 정도를 조절하는 화학물질)가 부족해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외환·금융시장도 복합 충격에 출렁거렸다. 30일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1521.1원까지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1520원을 넘었다. 코스피는 3% 가까이 빠져 5,300 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2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이 3% 가까이 오르면서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한 영향이다.

에너지 수급 불안과 국내 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 붕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과거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더 거센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에너지와 산업 기본 원료를 사실상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급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여파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대폭 낮췄는데, 한국의 조정 폭(―0.4%포인트)이 영국(―0.5%포인트) 다음으로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한국의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쟁이 1년 이상 이어지면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나프타에 이어 합성수지에 대한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나섰다. 합성수지로 만드는 플라스틱 가격 상승이 우려되자 미리 수급 관리에 나서려는 취지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선 국민적 참여가 절실하다”며 에너지 절약을 거듭 당부했다고 청와대 안귀령 부대변인이 밝혔다. 강 실장은 “공공부문이 우선 강도 높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며 승용차 5부제, 조명 소등, 냉난방 기준 강화 등 절감 조치를 전면 시행하라고 정부와 공공기관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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