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시댄스 2.0’으로 제작해 X에 공개한 영상 장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닮은 인물들이 건물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모습이 15초 분량으로 구현됐다.
넷플릭스가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영상 생성 AI ‘시댄스(Seedance) 2.0’를 두고 “고속 해적 엔진(high-speed piracy engine)”이라 규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즉각적인 생성 차단과 학습 데이터 삭제를 요구하는 경고장도 발송했다.
18일(현지시간)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바이트댄스에 ‘중단 및 금지(cease-and-desist)’ 서한을 보내 시댄스가 자사 콘텐츠를 무단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에서 넷플릭스는 “상업적 경쟁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의 통제 구조를 흔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 “브리저튼·기묘한 이야기·오징어게임까지 재현”
넷플릭스는 시댄스가 ‘브리저튼’, ‘기묘한 이야기’, ‘오징어게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와 주요 장면을 재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묘한 이야기’의 데모고르곤과 마인드플레이어, ‘오징어게임’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세트와 영희 인형 등 상징적 요소가 생성됐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IP 유사 콘텐츠 생성 차단 ▲학습 데이터에서 자사 콘텐츠 제거 ▲기존 생성 영상 삭제 ▲제3자 API 접근 제한 등을 요구했다.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도 유사한 경고장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자사 IP를 “마치 저작권이 없는 무료 이미지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단 학습·재현을 문제 삼았다.
바이트댄스 측은 저작권 침해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며, 시댄스 2.0과 관련해 제기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에 의한 지식재산권 및 초상권의 무단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습 데이터에서 특정 IP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기존 생성 영상에 대한 구체적 조치 계획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 두 줄 프롬프트로 15초 영상…완성도에 충격
시댄스 2.0은 두세 줄의 프롬프트만으로 15초 분량의 고품질 영상을 생성하는 모델이다.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공개한 영상에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닮은 인물들이 폐건물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등장했다. 실제 배우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의 사실감이 논란을 키웠다.
업계에서는 얼굴 왜곡이나 장면 붕괴 등 기존 AI 영상의 한계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분기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데드풀 각본가 랫 리즈는 문제의 AI 영상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 싫지만, 우리 일은 끝난 것 같다(It’s likely over for us)”라며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딥시크 이어 시댄스…중국 AI 전방위 확장
이번 논란은 중국 AI 기업의 확장 흐름 속에서 읽힌다. 언어모델 분야에서 ‘딥시크(DeepSeek)’가 존재감을 키운 데 이어, 바이트댄스가 영상 생성 시장까지 파고들면서 AI 경쟁은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됐다.
AI 모델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따르면 알리바바 ‘큐웬(Qwen)’ 기반 파생 모델은 11만5000개로, 구글(7만2000개), 메타(4만6000개), 오픈AI(1만1000개)를 크게 앞선다. 글로벌 개발 생태계에서 중국 모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한 행사에서 “전 세계 AI 연구자의 약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지적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중국 인재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시댄스 2.0’으로 제작해 X에 공개한 영상 장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키는 인물들이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AI 저작권 논란을 촉발했다.
● 배우 계약·IP 구조까지 영향 가능성
논란의 쟁점은 단순한 ‘유사 영상’ 문제가 아니다.
배우의 얼굴과 연기 스타일이 데이터로 학습·재현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될 경우, 초상권 계약과 출연료 체계, IP 라이선스 구조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배우 조합 파업 당시에도 AI 학습 데이터와 초상권 보호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안은 그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 기술은 앞서가고, 기준은 따라간다
이번 사안은 한 기업의 저작권 공방을 넘어, 생성형 AI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설정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제도적 합의를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시크에 이어 시댄스까지 등장하면서 AI 경쟁은 언어 모델을 넘어 영상·콘텐츠 산업 중심부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핵심은 단순한 기술력 과시가 아니다. 생성된 영상이 기존 IP와 어느 지점에서 구분되는지, 학습 데이터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상업적 활용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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