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에 7870억 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리액터를 공급하는 창사 이래 최대 ‘빅딜’을 따냈다. ‘K전력기기’ 업체가 미국에서 거둔 단일 프로젝트 수주로서도 역대 최대다.
이렇듯 반도체뿐만 아니라 우리 전력기기 업체들도 최근 ‘AI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신·증설을 위해 전력망 확보가 필요해지자 전력기기 수요가 폭증한데다 노후 기기 교체 시기까지 맞물리며 그야말로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찾아온 것. 고품질과 납기 준수를 앞세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수혜를 입고 있다.
● HD현대가 美변압기 시장 1위…韓 전성시대
최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미국 사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산 변압기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22년 27.8%에서 지난해 46.2%로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미국 변압기 시장 점유율 약 10% 후반대~20%가량으로 글로벌 업체들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호조에 지난해 ‘매출 4조 원 클럽’에도 입성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빗발친 결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센터보다 전력 소모량이 3~10배에 달해 이를 제어하기 위한 ‘고스펙’ 전력기기가 필수다. 이에 K-전력기기에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미국발 슈퍼사이클에 이미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국내 톱3 전력기기 업체는 3, 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합산 수주 잔고 총 27조 원)이다.
10여년 전 시장 진입 초기만 해도 한국산 전력기기는 해외 경쟁사 대비 약 1년가량 빠른 납기로 눈길을 받았다. 하지만 본격 시장 진입 이후엔 불량률 1% 미만의 고품질로 신뢰를 얻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설계 변경 요청이 있을 때 해외 업체들은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납기를 미루는데 국내 업체들은 다 맞춰주고 납기 준수는 100%에 가깝다 보니 ‘믿고 사는 한국산’ 인식이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은 실제로 연속 수주를 노리고 있다. 최근 한 미국 빅테크와 대규모 배전기기 공급에 합의한 HD현대일렉트릭은 2029~2030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등으로도 수주를 확대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 수년 후까지 ‘슈퍼사이클’ 지속 전망
업계에서는 미국 내 슈퍼사이클이 2030년경까지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다. AI 붐과 동시에 노후 전력기기 교체 시기도 도래해서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 70% 이상이 연식 30년을 넘는 등 노후화해 대규모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확대에 대응해 국내 업체들은 현지 생산 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 상반기(1~6월) 중 유타주에 고압 배전반 공장 증설을 위해 2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내년 4월 앨라배마 2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8년 완료를 목표로 테네시주에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증설 중이다. 증설 시 연 생산 능력이 1조 원대에 달하는 미국 내 최대 규모 변압기 공장이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도 성장 중”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 유럽 주요 국가들은 2050년까지 각국의 전력망을 연결해 북해를 거대한 친환경 에너지 발전소로 만들기로 발표했다. 이미 매출의 10%가량을 유럽에서 거두고 있는 K전력기기 업체들에게는 대형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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