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통 단속 기술, 베트남서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9일 04시 30분


㈜토페스

베트남 시범사업인 객체인식 카메라설치 작업. ㈜토페스 제공
베트남 시범사업인 객체인식 카메라설치 작업. ㈜토페스 제공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급속한 도시화와 차량 증가로 교통 인프라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디지털 전환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며 선진 교통안전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AI 기반 교통관제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스마트시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40년간 축적한 교통안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 한 강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1992년 국내 최초 개발 이후 교통안전 혁신 주도

경기 남양주에 본사를 둔 ㈜토페스(대표 이강본)는 1984년 오리엔탈전자시스템으로 출발해 40년 넘게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한길을 걸어온 교통안전 전문기업이다.

반문형 구조물 설치 작업현장
반문형 구조물 설치 작업현장
1992년 국내 최초로 무인교통단속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 교통안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생소했던 무인 단속 개념을 현실화하며 교통사고 사망률을 30% 이상 낮추는 데 기여했고 정부 세수 증대에도 1조 원 이상 기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입증했다.

토페스는 무인교통감시장치를 필두로 차량번호 자동 판독 시스템, 불법 주정차 단속 시스템, 실시간 교통정보 수집 장치, 교통안전 복합 시스템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왔다. 생산부터 현장 구축,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원스톱 체계가 핵심 경쟁력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토페스 본사 전경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토페스 본사 전경
전국 12개 지사 네트워크로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며 현장 환경을 반영한 안정적 시스템 구축과 장애 발생 시 책임 있는 대응으로 차별화됐다. 현재 국내 무인교통단속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조달청 등록 14개사 중 가장 많은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매출 338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KIST 협력으로 AI 기술 고도화, 안전 영역 확장

토페스는 단순 교통 단속을 넘어 AI 기반 종합 안전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23년 6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KIST 본원 내에 ‘링킹랩’을 설치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양 기관은 AI 기반 실시간 차량 검출·추적·속도 추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스마트시티 교통관제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통안전시스템협회 창립 총회 기념사진.(첫줄 왼쪽에서 4번째 이강본 대표. 이 대표는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다.)
교통안전시스템협회 창립 총회 기념사진.(첫줄 왼쪽에서 4번째 이강본 대표. 이 대표는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다.)
이강본 대표는 “KIST의 다양한 기술과 유능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교통안전 솔루션 완성을 위한 협력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해당 기술의 상용화와 적용 분야 확대를 통해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토페스가 개발한 AI 카메라 기술은 적용 영역이 광범위하다. 배회·침입·화재·쓰러짐·실종자 탐지 등 일반 안전 분야, 교통사고·침수·화재 등 재난 대응 분야, 무인매장 관리, 요양병원 환자 모니터링, 치매 노인 수색 등 특수 목적 분야까지 활용 가능하다. 또한 교통 단속, 교통정보 수집, 학교폭력 예방, 군중 밀집 사고 방지 등 교통·공공 영역으로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회사는 향후 5년간 AI 기반 지능형 CCTV 및 카메라 기술, ITS 연계 통합 솔루션에 집중 투자해 생활안전·재난관리·산업별 특수 목적 시장으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토페스 2026년 시무식 현장. ㈜토페스 제공
토페스 2026년 시무식 현장. ㈜토페스 제공

베트남 교두보 삼아 동남아 전역 진출 본격화

토페스의 글로벌 전략이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 핵심 간선도로인 팜반동 보찌껌 도로에 AI 기반 차량·이륜차 전용차선 위반 단속 장비 26대를 약 3억 원 규모로 시범 설치했다. 노이바이 공항에서 하노이 도심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이 도로는 8∼10차선 규모로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과 차선 위반이 빈번해 주민 불편과 사고 위험이 극심한 곳이다.

베트남 진출 성공의 핵심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었다. 토페스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했다. 현지 수요에 맞춰 기능을 최적화하고 생산 방식을 개선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한국 기술의 신뢰성은 유지했다. 현재 베트남 3대 통신사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하노이 시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서 검증된 시스템은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베트남 프로젝트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 최초 협회 설립, 상생·혁신 생태계 구축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동종 15개 기업이 참여하는 ‘교통안전시스템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교통안전시스템협회는 회원사들의 현안과 애로 사항을 수렴해 정부·공공기관과 협상하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특히 강화되는 규제나 규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의 기능을 수행하며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원칙을 지키고 안전 기준에 정직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공공의 책임을 수행하는 조직’이라는 경영 철학 아래 100년 기업을 향한 장기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 단기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방점을 두고 회원사들과 융합해 기술혁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균형 있게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해외 진출 도전… 정부서 판로 지원 해줘야”
이강본 토페스 대표 인터뷰
이강본 대표
이강본 대표
“기술이 아무리 우수해도 중소기업 혼자 힘으로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알리고 시장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강본 토페스 대표는 해외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진입장벽을 꼽았다. 그는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 대부분이 교통 인프라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해 잠재 시장 규모는 엄청나지만 중소기업이 현지 정부나 공공기관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높은 장벽”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해결책으로 정부 주도의 기술 외교를 제안했다. “안양 종합 관제 시스템에는 각국 장관급 인사들이 자주 방문해 한국의 교통안전 기술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정부가 이런 기회를 활용해 해당 국가의 니즈를 파악하고 우리 기업과 연결해준다면 해외 진출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올해 경영 화두로 ‘도약’을 내건 이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혁신하고 도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설 때”라며 “일회성 실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토페스가 이익만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회에 신뢰받고 국민 안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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