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네릭’ 약값 인하 추진에… 업계 “채산성 못맞춰” 반발

  • 동아일보

[영올드&] 오리지널 가격의 54%→40%로
정부 “제네릭 탈피 혁신 신약 키워야”
업계 “매출 급감… 공급 중단할 수도”

“약가 인하가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당장 국민들의 보건 안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정부가 국내 제네릭(저분자화합물 의약품)의 가격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로 변경하겠다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제약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쉽게 말해 오리지널 의약품이 1만 원이라면 이전에는 제네릭의 가격을 5355원을 기준으로 책정했지만, 이제는 기준을 4000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2일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번 정책을 2021년 중국의 요소수 사태에 비유하며 “이번 약가 인하 대상에는 필수의약품에 속하는 항생제도 포함돼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산성이 너무 낮아 공급 중단을 결정할 수도 있다”면서 “필수의약품을 전부 해외에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업계의 반발에도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제네릭 중심의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구조를 혁신 신약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제네릭 대신 혁신 신약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현실적으로 제약사의 매출은 대부분 제네릭에서 나오기 때문에 혁신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사 매출의 약 80%는 제네릭이 차지하고 있다. 협회 측 관계자는 “기업 수익 1%가 줄면 연구개발(R&D) 활동이 1.5% 감소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며 국내 R&D 축소를 우려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제약사에만 좋은 일을 해주는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제 막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수준의 신약을 내놓고 있는 현시점에서 약가 인하 정책은 오히려 혁신 동력을 멈추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네릭 약가 인하에 대한 논의가 수년간 이어져 온 만큼 제약업계가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5년간 제네릭에 높은 약가를 제공해 왔다. 이로 인해 하나의 성분에 대한 수십 개의 제네릭이 출시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혁신 신약이 탄생하려면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건보 재정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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