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스마트양식산업 전환에 대해 민·관·학·연 패널들과 청중이 소통을 하고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제공
2025년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의 문턱에 서 있다. 해수면 상승과 해양 온도 변화, 연이은 집중호우는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수산업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먼저 영향을 받는 산업 중 하나다. 어장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전통 양식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형 스마트양식’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자 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이 공동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과 스마트양식산업 패러다임 전환 포럼’은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을 사회 전반에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포럼에서는 이상 수온, 병해충 증가, 사료 효율 저하 등 기후변화가 양식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양식 기술들이 소개됐다. 스마트양식은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양식을 가능케 한다. 실시간으로 해양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사육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은 기후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 예를 들어 폭염이나 한파 경보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산소 공급 장치가 작동하거나 수온이 급변할 경우 양식 밀도를 조절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통해 포럼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기술 보급과 현장 실증, 지역 맞춤형 지원을 통해 스마트 수산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공공 테스트베드를 통한 기술 검증, 마을어장 스마트화 지원, 민간 기업과의 협력 모델 구축 등은 현장성과 실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집약체가 바로 ‘스마트수산업 AX 플랫폼’ 사업이다. 정부 출자와 민간 투자가 결합된 SPC(특수목적법인) 구조로 운영될 이 플랫폼은 육상·해상 양식장과 데이터센터, 교육훈련 및 연구개발 공간, 유통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수산 디지털 생태계를 융합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어업인이 있으며 공단은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스마트수산업’을 지향하고 있다. 어업인 교육, 현장 실습,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컨설팅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병행될 때 기술도 제대로 작동한다. 포럼에서도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스마트수산업은 또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청년 어업인 유입의 기회이기도 하다. 고부가가치 품종의 스마트 양식화, 수출 중심 가공·물류 시스템과 연계한 산업화는 지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산업구조를 선도할 수 있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스마트수산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축을 아우르는 정책 집행 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바다는 여전히 풍요롭고 기술은 그 가능성을 지켜낼 도구다. 지속가능한 바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은 이제 사람과 기술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미래다.
국제적으로도 스마트양식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산업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재해 대응형 스마트양식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한 해상 스마트양식장을 이미 상용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세계 수산업 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수출형 모델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공단은 수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양식장-가공-물류-수출까지 연결되는 체계 설계,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기술 수용성이 높은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확산하는 단계적 접근도 병행된다.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소통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공단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 지역 주민 설명회, 지속적인 의견 수렴 체계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양식은 어업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그 변화의 속도보다는 방향과 공감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수산업은 기술, 정책, 사람, 지역사회가 모두 연결돼야 지속가능하다. 스마트수산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전략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다. 2026년 한국 수산업은 변화를 시작했고 한국어촌어항공단은 그 최전선에서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제는 어촌과 바다가 새로운 희망의 공간이 될 차례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수산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명태, 도루묵 등의 어획량이 급감했고 남해안에서는 고수온으로 인한 어류 폐사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23년 여름에는 일부 지역에서 30도에 육박하는 수온이 기록되며 양식장의 집단 폐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식 어업은 기후변화의 직접적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최전선에 있다.
스마트양식 기술이 이러한 피해를 완화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부 실증 사업에서는 자동 사료 공급 시스템과 수온 대응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폐사율을 절반 이하로 낮춘 사례도 보고됐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은 양식 환경을 상시 점검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피해 예방에 큰 효과를 보였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중장기적으로 전국 주요 거점에 AX 플랫폼을 확산하고 표준화된 데이터 체계를 바탕으로 양식업의 디지털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또한 유관 기관과 협력해 스마트양식 인력 양성, 해외 진출 지원, 기술 표준화 등 전방위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공단은 어촌 주민과의 동반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을 지원하고 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스마트수산업은 단지 기술의 진보를 넘어서 삶의 방식과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전환의 시작점이다. 지금의 한 걸음이 미래 세대의 어촌을 지키는 큰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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