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이후 NIA는 양자산업 포럼 등을 개최하며 양자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에 개최된 ‘양자산업 리더스 포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양자 기술은 이제 먼 미래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산업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UN이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25년을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IYQ 2025)’로 선포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상징한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양자 패권 경쟁은 이미 연구 단계를 넘어 정책과 산업, 안보 전략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양자기술 상용화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연구 성과를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NIA가 추진하는 양자 상용화 정책
이러한 흐름 속에서 NIA는 양자 기술의 ‘상용화’를 핵심 키워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기업이 실제로 기술을 검증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유망 양자 기업을 발굴해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양자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같은 핵심 부품의 공급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기술 확보 부담을 낮추고 있다. 동시에 대학생과 재직자를 대상으로 인턴십과 실습, 전환 교육을 운영해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산·학·연 협력 체계를 강화해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양자정보기술백서’ 발간과 국제 교류, 기술 컨설팅을 통해 국내 양자 생태계 전반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도 NIA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지난달 10일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개통식이 판교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에서 열렸다.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NIA의 양자 기술 상용화 정책 중 핵심 인프라는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다. NI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성남 판교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KQIC)에서 양자 테스트베드 개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KIST, ETRI, KRISS, TTA 등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자 테스트베드는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 통신망과 산업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시험·검증할 수 있는 실증 공간이다. 고가 장비와 장거리 광통신망을 자체 구축하기 어려운 대학과 기업도 양자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비용 부담 없이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 이는 연구 성과를 ‘현실 기술’로 전환하는 핵심 가교 역할을 한다.
NIA 양자기술활용센터 정래진 책임은 “양자 테스트베드는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필수 단계”라며 “기술이 상용 환경에서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검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테스트베드는 양자 기술의 산업 적용 가능성을 가속화하는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양자 테스트베드의 이용 방법은 NIA와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 성장하는 인재, KQIC 양자 인턴십
인프라와 함께 중요한 요소는 인재다. 이에 NI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QIC 양자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양자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 4기를 맞은 인턴십에는 SK브로드밴드, 노르마, 아이디퀸티크 등 국내 주요 양자 기업이 참여했다.
SK브로드밴드에서 인턴십을 수행한 한재훈 인턴은 “학교에서는 이론으로만 배웠던 양자 기술이 실제 산업에서 사업성과 적용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 기술이 연구 주제를 넘어 산업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험은 양자 기술을 막연한 미래가 아닌 자신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KQIC 양자 인턴십 4기를 수료한 청년들은 양자 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통해 진로를 구체화하고 양자 기술 전문가를 목표로 기술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양자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법 제정과 함께 정책, 인프라, 인재를 동시에 준비하며 상용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NIA를 중심으로 구축된 양자 테스트베드와 인턴십 프로그램은 이러한 전략의 현장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축적된 정책과 현장 경험이 이어진다면 양자 기술은 머지않아 연구실을 넘어 국민이 체감하는 산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원으로 NIA 국민정책기자단 조수연 기자가 취재·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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