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초 칭기즈칸은 유라시아를 횡단하며 전례 없는 연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구축한 초광역 네트워크는 교역로를 통합하고 정보와 기술, 사상의 흐름을 가속했다. 유라시아 문명이 하나의 체계로 엮이자 이전까지 고립돼 있던 지역은 새로운 지식과 제도를 흡수했고 그 충돌과 융합의 결과가 세계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다.
그러나 연결은 기회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교류는 흑사병이라는 재난을 함께 확산시켰다. 인구 절벽은 봉건 질서를 무너뜨리고, 노동의 가치를 바꿨으며,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고단백 식단을 원했다. 육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를 보존하기 위한 향신료 수요가 급등했고 결국 인류는 새로운 무역로를 찾아 바다로 나아갔다.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식민지 경제와 자본 축적, 산업혁명이라는 또 다른 변곡점으로 이어졌다. 기술은 생산을 기계화했고 기계는 국가 경쟁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은 기술 주도 체제와 그 부작용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묻는 비극적 교훈이었다. 이처럼 역사에서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문명의 추진력이자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힘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 AI 전환(AX) 시대에 서 있다.
오늘날 AI는 생산의 도구를 넘어 의사결정, 학습, 정책 집행까지 확장되고 있다. 데이터는 새로운 영토이고, 알고리즘은 국경을 초월한 전략 자산이며, 디지털 인프라는 국가 역량의 토대다. 이 변화는 단순히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운영 방식과 정부의 역할, 국민의 일상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AI 기반의 선제·맞춤 행정, 데이터 기반의 문제 예측형 행정, 개인 맞춤형 공공 서비스, 초연결 농업·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혁신 생태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AI 역량·데이터 접근성·공공 알고리즘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초고령화, 기후 위기, 공급망 충격이라는 삼중 위기 속에서 AI 기반 농업 전환은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이다. 초정밀 기후·토양 데이터, 생육·유전 모형 기반 스마트농업, AI 품종 육종, 농업 지능화 인프라 구축, 공정하고 포용적인 디지털 농업 생태계가 국가안보와 식량주권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과거 인류는 위기와 기술이 만든 변곡점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왔다. 이제 우리는 AI라는 기술혁명을 공공서비스 혁신과 국가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몽골 제국의 초연결성, 대항해 시대의 도전과 확장, 산업혁명기의 기술 융합과 같은 역사적 전환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술을 누가 먼저 이해하고, 누가 더 넓게 확장하며, 누가 더 공정하게 관리하느냐였다.
AI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문명의 경계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역사는 기술이 만든 길 위에서 움직였고 우리는 그 길의 다음 장을 쓰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결단과 담대한 투자,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 시스템이다. AI는 속도를 바꾸고, 속도는 국가를 바꾼다. 이제 우리가 미래를 향해 항해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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