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골목 안쪽에 애슐리퀸즈의 팝업 ‘하우스오브애슐리’가 20일 문을 연다. 오픈 전부터 예약 경쟁이 이어질 만큼 관심이 컸던 이 공간은 팝업 내 디저트 체험 공간인 ‘디저트 뮤지엄’이 예약 오픈과 동시에 1분 만에 전 타임이 마감되며 먼저 화제를 모았다. 하우스 오브 애슐리는 1월 말까지 운영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붉은색 푹신한 소파와 벽난로를 떠올리게 하는 장식, 패턴 월과 은은한 조명이 시선을 끈다. 전체 공간은 1950년대 미국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고 크리스마스 시즌의 공기까지 더해져 성수 한복판보다는 미국 동부의 오래된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에 가깝다.
하우스오브애슐리 디저트뮤지엄.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 애슐리를 집처럼 풀어낸 공간…전시·카페·디저트로 나뉜 구성
임희조 애슐리퀸즈 마케팅 총괄 실장.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임희조 애슐리퀸즈 마케팅 총괄 실장은 하우스오브애슐리를 “애슐리를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하나의 취향과 문화, 이야기로 경험할 수 있도록 풀어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가성비라는 기존의 강점은 유지하되 고객이 머무는 시간과 공간의 분위기까지 함께 전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하우스오브애슐리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애슐리의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낸 전시 공간 ‘The Heritage Room’, 애슐리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 ‘애슐리 테이블’, 디저트 체험 공간 ‘디저트 뮤지엄’이다. 디저트 뮤지엄은 사전예약 해야하고 전시 공간과 카페는 예약 없이 현장 방문하면 된다.
이 가운데 전시 공간인 The Heritage Room은 오브제를 나열해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 실제로 살았던 집 안에 놓인 물건처럼 구성돼 있다. 애슐리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하나의 서사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전시는 할머니 캐서린, 엄마 에블린, 애슐리로 이어지는 미국 3대 모녀의 삶을 따라가며 한 가정이 쌓아온 시간과 취향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하우스오브애슐리 The Heritage Room.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전시의 첫 장면은 애슐리의 탄생을 축하하며 할머니 캐서린이 직접 만든 요요 퀼트다. 요요 퀼트는 작은 원형 천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기법으로 남은 천을 활용한 절약의 정신과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엘리노어 루즈벨트가 실제 백악관에서 사용했던 요요 퀼트 베드스프레드와 쿠션 세트, 세계적인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가 몸담았던 샌프란시스코 실스 유니폼으로 제작된 퀼트도 전시돼 있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재클린 리 부비에의 결혼식 피로연에 사용된 식기와 실버웨어 컬렉션, 1938년에 발행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판본, 타자기 등이 전시돼 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의상도 있었는데 스칼렛의 의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됐고 레트의 의상은 영화 촬영 당시 남자 주인공 배우 클라크 게이블이 실제 착용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결혼식 피로연 테이블, 의상, 타자기,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등 다양한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모든 전시품은 이랜드뮤지엄 소장품으로 팝업 종료 후에는 박물관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매장에 전시될 예정이다.
하우스오브애슐리 The Heritage Room. 재클린 케네디와 존F.케네디 결혼식 피로연에 쓰인 식기 및 실버웨어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하우스오브애슐리에 전시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상.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하우스오브애슐리에서만 선보이는 오세득·박준우 셰프의 다이닝
하우스오브애슐리의 또 다른 축은 셰프 협업 메뉴다. 팝업 현장에는 오세득 셰프가 직접 방문해 메뉴를 소개하고 애슐리퀸즈와의 협업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오 셰프는 “애슐리퀸즈와 서로의 색깔을 섞어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라면서 “준비한 기간도 꽤 길었고 여러 번 미팅하고 수차례 시식하면서 레시피를 계속 다듬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급 식당에서 먹는 느낌은 담으면서 동시에 ‘애슐리의 집’에서 편하게 먹는 느낌도 살리고 싶었다”며 “음식이 가볍게도, 묵직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만큼 그 중간선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오세득 셰프가 하우스오브애슐리 협업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오 셰프와의 대표 협업 메뉴는 ‘한우 비프 웰링턴 버거’다. 한우로 만든 180g 패티를 중심으로 페이스트리 번을 사용해 웰링턴의 인상을 살렸다고 한다. 여기에 버섯 소스와 미국식 치즈를 더해 웰링턴 특유의 녹진한 맛을 담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 셰프는 이 메뉴에 대해 “연말과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웰링턴이 생각났다”며 “웰링턴에 들어가는 버섯과 크림의 풍미를 담아 다른 곳에서 웰링턴을 따로 먹지 않아도 이 버거 하나로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맛본 메뉴는 캐주얼한 버거라기보다 다이닝 메뉴를 조금 더 편안한 방식으로 풀어낸 느낌에 가깝다.
오세득 셰프가 하우스오브애슐리에서 한우비프웰링턴버거를 건네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한우 비프 웰링턴 버거.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또 하나의 협업 메뉴는 ‘풀드포크 치미창가’다. 멕시칸 요리 치미창가를 애슐리 스타일로 재해석한 메뉴로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두 메뉴 모두 하우스 오브 애슐리 내 카페 공간인 ‘애슐리 테이블’에서 팝업 기간 동안 상시 판매한다.
박준우 셰프와 협업한 ‘스노우 메리베이유’도 함께 선보인다. 여기에 시그니처 클램차우더, 아메리칸 홈메이드 라자냐, 브라운 바스크 치즈케이크 등 애슐리퀸즈의 시그니처 메뉴 3종도 함께 구성됐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하우스오브애슐리는 전시와 프리미엄 디저트, 셰프 협업 메뉴를 통해 애슐리퀸즈가 처음으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천천히 풀어 설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성수에 팝업을 연 것도 기존의 가족 중심 이미지에서 한 발 나아가 2030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하우스오브애슐리는 애슐리퀸즈가 가성비라는 기존의 강점은 그대로 두되 메뉴의 완성도와 매장에서 머무는 브랜드 경험을 더 강화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라면서 “이번 팝업을 시작으로 이후 성수 신규 매장을 거치며 메뉴와 서비스 구성을 조금씩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팝업은 당초 1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방문객 반응이 이어지면서 2월 말까지 운영 연장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디저트 뮤지엄’ 은 오는 22일과 내년 1월 5일 낮 12시 예약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하우스오브애슐리 The Heritage Room. 퀼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하우스오브애슐리 The Heritage Room.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하우스오브애슐리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하우스오브애슐리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하우스오브애슐리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존F.케네디 결혼식 피로연에 쓰인 식기 및 실버웨어 컬렉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타자기와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판본(1938)도 전시돼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바이크로 밴드 머틀리 크루의 할리데이비슨FLH.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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