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 잉걸스와 차세대 함정 협력
경주 APEC서 MOA 체결·본격화
MRO 넘어 건조로, 협력 확대
美 조선시설 투자·합작사 검토
2024년 2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두 번째)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HII)와 손잡고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에 나선다. 한국 조선소가 미국 군함을 공동 건조하는 첫 사례다. 그동안 MRO(유지·보수·정비) 중심으로 진행됐던 한미 조선 협력이 함정 건조 단계로 확장되는 만큼,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26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열린 이날 체결식에는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과 에릭 츄닝 헌팅턴 잉걸스 전략개발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설계 및 건조 협력이다. 차세대 군수지원함은 작전 해역에서 전투함에 연료 및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함정이다. 기존 보급함보다 기동성이 높고 효율적이어서 미 해군의 보급·물류 능력 현대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 해군은 최근 이 함정의 개념설계를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 ‘엔데버’함을 수출한 이후 2020년에는 ‘아오테아로아’함을 인도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천지급’ 군수지원함 3척과 ‘소양급’ 군수지원함 1척을 납품하는 등 HD현대중공업은 군수지원함 분야에서 오랜 실적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한 ‘번스-톨레프슨법’ 등 현행법상 제약으로 인해 실제 건조는 미국 내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이번 MOA를 통해 미국 내 조선생산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에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를 공급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양사는 조선 분야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미 해군 및 동맹국 함정에 대한 유지보수(MRO)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은 “이번 MOA는 미 해군 발주 사업 공동 참여, 미국 내 선박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등 한국과 미국의 대표 방산 조선 기업 간 실질적 협력 사례”라며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과 미국의 방산 시장 경쟁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에릭 츄닝 부사장은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코리아 2025’의 일환으로 27일 HD현대가 주최하는 ‘퓨처 테크 포럼’에서 양사의 협력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APEC 기간에 한국을 찾은 각국 주요 정상과 경제인들의 조선소 방문도 잇따를 전망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페루 군 관계자와 정부 고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각각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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