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조선·해운 산업 견제를 명분으로 추진한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 정책으로 정작 한국이 큰 타격을 입게 생겼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순톤수당 46달러(6만6010원)로 최종 확정했다. 4월 CEU(자동차 1대 분량의 공간 단위)당 150달러로 제안했던 수수료를 6월 선박의 크기를 나타내는 순톤수당 1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가, 3개월여 만에 다시 3배 이상 인상한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 운반선의 경우 부과 대상을 중국으로 한정하지 않고 외국에서 건조한 모든 선박으로 확대해 동맹국인 한국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7월 “입항 수수료 부과를 원래 겨냥한 국가로 제한해달라”며 중국산 운반선에 한정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도 14일부터 미국 선박에 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 규제까지 재강화하며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이렇듯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한국 해운·자동차 업계는 양국 갈등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국내 최대 자동차 운반선사인 현대글로비스의 타격이 가장 클 전망이다. 2025년 2분기(4~6월) 기준 현대글로비스는 96척(자사선 35척, 용선 61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영 중으로 이 중 30여척을 미국 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순톤수 1만9322톤인 7000CEU급 선박 기준으로 1회 입항 시 약 12억700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USTR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선박당 연간 5회로 부과를 제한했지만, 그래도 선박당 64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약 160여차례 운항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25%의 높은 자동차 품목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데, 여기에 물류비 상승까지 동반돼 한국 자동차 업계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유탄을 맞게 된 형국이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