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여름 컬렉션에선 그 어느 때보다 클래식한 슈트 베스트 룩이 줄을 잇고 있다. 파리와 밀라노의 유려한 패션하우스부터 도쿄, 상하이의 신진 브랜드까지 앞다퉈 고전적 품위와 현대적 감각을 겸비한 슈트 베스트 스타일을 선보이며 파워를 증명하고 나섰다. 일례로 여성의 자유로운 비상을 주제로 한 ‘샤넬’은 시크한 가죽 베스트와 팬츠 셋업들로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은 여성들의 강인함을 시사했다. ‘알렉산더 맥퀸’은 로맨틱한 셔링 장식이 돋보이는 글렌 체크 웨이스트 코트를 스커트와 셋업으로 연출해 클래식 슈트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런던과 뉴욕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피터 도’ ‘티비’ 등 다양한 패션하우스에서는 전통적인 슈트의 격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베스트 룩을 선보이며 베스트를 슈트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패션 아이템으로 격상시켰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슈트 베스트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상하이 기반의 ‘야 이’와 도쿄를 대표하는 ‘비비아노’의 쇼가 대표적. 실루엣에 변주를 더한 베스트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야 이는 허리 라인을 강조한 슬림 핏 베스트에 매끄럽게 떨어지는 태슬 장식 스커트와 팬츠를 한 벌로 연출해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런웨이 밖에서도 베스트의 다재다능한 매력은 이어진다. 켄들 제너, 카이아 거버 같은 해외 패션 아이콘은 물론이고 신세경, 기은세, 크리스탈 등 국내 셀럽들도 각자의 개성을 녹인 베스트 룩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현실로 끌어내고 있다.
슈트 베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포멀과 캐주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데 있다. 깔끔한 테일러링의 베스트는 셔츠를 입지 않아도 충분히 갖춰 입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모노톤 베스트는 다양한 스타일의 하의와 쉽게 어우러진다. 블랙 베스트에 정장 팬츠를 셋업으로 맞춰 입으면 카리스마 넘치는 매니시 룩이 완성되고, 헐렁한 화이트 데님 팬츠를 매치하면 편안하면서도 시크한 캐주얼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잘 고른 베스트 하나면 열 아이템 안 부럽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슈트 베스트의 진짜 매력은 입는 순간 느껴지는 특유의 애티튜드에 있다.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 슈트가 그랬듯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의 스타일은 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의 슈트 베스트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때 남성 권위의 상징이었던 베스트는 이제 여성의 당당함을 대변하는 스타일로 재정의되고 있다. 클래식과 트렌디함,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모두 아우르는 슈트 베스트 열풍은 여성들의 파워 워킹과 함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미은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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