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기후위기 대응’ 시급 현안 꼽아… “신품종 배추 실증검사 실시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단순화도 추진… 쌀 중심 생산, 5곡체계로 전환을”
“기후 변화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면 제때 공급이 될 수 없습니다. 농산물 수급은 생산과 유통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신품종이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실증검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품종 개량만이 기후 변화를 이길 수 있는 대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홍 사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농업 현장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보고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정규 조직으로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여름배추 생산-가공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홍 사장은 “최근 기후변화로 고랭지 지역 등에서 생산량이 줄면서 수급 및 가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며 “준고랭지 지역을 새로운 재배적지로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원 평창군, 정선군 및 전북 남원시 등 준고랭지 5개 지역을 선정해 하라듀(준고랭지 배추 신품종) 등을 시범 재배하고 있는데 aT는 농가별로 50t씩 총 300t을 수매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50t은 김치 제조 실증 검사에, 나머지는 저온저장고에 보관해 수급 안정용 물량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신품종 배추가 소비자 기호에 맞는지, 저장성이 적합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홍 사장은 산소, 이산화탄소 등 대기 환경을 조절하는 선도 유지 기술(CA)을 도입하는 등 저장기술 고도화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단순히 생산 환경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 후 보관과 유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한국도 농산물을 2년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고도로 과학화된 ‘비축 기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aT는 저장기술을 고도화해 농산물 보관 기간을 늘리고 노후화된 비축 기지를 권역별로 통합할 방침이다.
그는 5, 6단계로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홍 사장은 “농민들이 땀 흘려 생산만 해놓으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직거래 장터가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aT는 지자체와 대기업을 연계한 ‘상생협력 구매상담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 추천을 받은 지역 농가들이 구매 파트너로 참여하는 식자재 기업이나 대형마트와 직접 상담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홍 사장은 해외의 식량 무기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은 무기라 할 수 있다”며 “쌀, 밀, 콩, 옥수수, 보리 등 주식 5곡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쌀 중심 식량 작물 생산 체계를 5곡 육성 체계로 전환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식량 안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홍 사장은 수차례 ‘농어촌 농어민(축산)이 잘살아야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이 된다’는 슬로건을 강조했다. 홍 사장은 “30년 이상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한 농민들을 위한 연금법이나 보험 제도가 필요하다”며 “농촌의 과학화·현대화도 이들이 가야 할 방향을 잡아준 뒤에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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