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 비영리법인은 2분기부터… 기부 받은 가상자산 현금화 가능
금융위 “리스크 감안 단계적 허용”
개인 단타위주 롤러코스터 시장… 기관 참여땐 변동성 완화될 듯
그동안 가상자산을 기부, 후원받아도 쓸 수 없었던 지정기부금단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들이 올 2분기부터는 가상자산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하반기부터는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등에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 허용하면서 한국 법인도 비트코인 투자길이 열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주재하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에 대한 정부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자금 세탁, 시장 과열 우려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해왔다.
김 부위원장은 “법인 위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조성된 해외 사례,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신사업 수요 증가, 글로벌 규율 정합성 제고 등 측면에서 법인의 시장 참여 허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랜 금지 관행이 이어진 만큼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단계적·점진적 허용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2분기 1단계로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된 지정기부금단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에 대해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22년 게임회사 위메이드로부터 코인 10억 원어치를 기부받은 서울대 등 4개 대학은 법인 실명계좌가 없어 이를 현금화하지 못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어떤 경우에 현금화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자주 현금화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추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도 사업자 공동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2분기부터 가상자산 매도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인건비, 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검찰, 국세청, 관세청 등 법 집행 기관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 등에 대한 계좌 발급이 진행 중으로, 지난달까지 약 200개의 계좌가 발급됐다.
하반기에는 자본시장법상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 곳에 대해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적으로 허용한다.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법인들이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은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하고, 해당 법인들은 블록체인 연관 사업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범 허용 범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면 현재 단타 위주의 롤러코스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투자자 위주라 변동성이 너무 컸다”며 “기관투자가가 시장에 들어오면 중심점을 잡아주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금융사 등 일반 법인들의 가상자산 계좌 보유 및 매매는 관련 제도 정비 등을 보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가상자산 현물 ETF 국내 도입도 미뤄졌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가 가능해야 한다.
현물 ETF 도입을 언급했던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신년사와는 다소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의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현물 ETF를 도입하기 전에 논의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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