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날 멕시코-加에 25% 관세… 전세계에 ‘마가노믹스’ 경고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0일 03시 00분


[美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20% 보편관세-전기차 정책 폐기땐… 韓수출기업, 車-배터리 타격 불가피
韓, 정치 혼란속 민관 원팀대응 못해
“다양한 이슈 묶어 美와 빅딜 나서야”

“1월 20일, 나는 멕시코 및 캐나다의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 게시글로 밝힌 경제 정책 구상이다. 세계 경제는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함께 현실화되는 ‘마가노믹스’ 폭풍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마가노믹스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용어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뜻한다. 첫날 쏟아질 100여 개의 행정명령 가운데 높은 관세, 에너지 정책 전환 등은 한국의 수출과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것이 관세 관련 조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우선적으로 더 높은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전 세계에 관세 경고장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20일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 비상 사태’를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각에선 보편관세를 한 달에 약 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4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편관세 공약은 한국과 방위비 협상 등에 나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보편관세가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에 대해 동맹이 지불해야 할 대가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화석 에너지원 개발 확대 방안도 첫 행정명령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서 다시 내연기관차로 정부 지원 방향을 틀고, 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폐지 혹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법을 바꿔야 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는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은 전기차’와 같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목표 폐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취임하는 날, ‘사기꾼 조(Crooked Joe)’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국 수출 기업을 비롯해 자동차나 배터리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인 가운데 일부 국내 기업은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변압기 공장 생산 능력을 연 100개에서 최대 150개로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변압기를 수출하는 울산 공장 또한 증설 작업을 거쳐 변압기 생산량을 연 300개에서 3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이번 증설 작업에 들어가는 투자금은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금을 낸 사실이 알려졌을 뿐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트럼프 2.0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섣불리 움직였다가 미국으로부터 투자 요구만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요구 사항도 있을 수 있어 정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혼란에 따른 리더십 공백 장기화로 민관 원팀 대응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다양한 이슈를 한꺼번에 묶어 미국과 큰 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마가노믹스#보편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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