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7% 상승한 배럴당 80.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 달여 만에 80달러 선을 웃돌았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71% 급등한 배럴당 77.14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이 보복의 일환으로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이란이 중동지역의 원유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전면 봉쇄할 경우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중동 지역 위험이 이어질 경우 유럽이나 중국, 아프리카 등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키르케고르 선임 연구원은 “유럽은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커진 가운데 미국의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도 인플레이션 재발 공포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9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전월 대비 25만4000명 늘어나면서 시장 예상치(14만7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리 동결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이에 미국 10년물 채권금리가 4%를 돌파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금융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글로벌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일(현지 시간) 전일보다 0.94% 하락한 41,954.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96%)와 나스닥지수(―1.18%)도 1% 안팎의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이날 한국의 코스피(―0.61%),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1.00%)도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효과에 상하이종합지수는 4.59%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위험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도,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전면 봉쇄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오르기는 힘들다”고 했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 등이 국내 경제에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 급등이 계속될 경우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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