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공동구매·영업 종료… “업황 악화로 협업 실익 낮고 부담 가중”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4월 9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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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고객사와 개별 협상·계약 추진
“물량 수급·판매 어려움 가중으로 협업 부담↑”
시장 대응력 강화·실적 개선·비용 절감 추진
“소송까지 간 상황에서 협업 중단은 예고된 사안” 평가

고려아연은 지금까지 영풍과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 및 제품 공동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두 회사는 아연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원료 구매와 제품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왔다. 이번에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공동구매·영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협업에 따른 실익보다 비용이나 리스크 등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영풍과 지분경쟁에 이어 소송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공동구매·영업 중단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다는 평가다.

지분경쟁으로부터 이어진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배당과 정관변경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주총이 끝난 이후에는 영풍 측이 작년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무효화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해당 유상증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율(우호지분 포함)이 장형진 영풍 고문 측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 ‘터닝포인트’로 여겨진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무효 소송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무효 소송
이에 앞서 영풍은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매수 방식으로 꾸준히 사들였다. 고려아연은 사업 파트너로 대기업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영풍 장 고문 측 공세에 대응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오랜 시간 지분율 우위에 있었던 영풍이 지분을 역전당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에 소송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향후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와 관련해 각 거래처와 개별 협상 및 계약을 통해 사업을 영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비철금속시장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원료수급과 제품판매에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경영여건 악화로 기업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실적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취지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환경과 안전 관련 리스크로 인해 조업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원료 구매 불확실성으로 공동구매와 영업 그 자체에 대한 부담이 증가해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해당 사안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원료 물량 확보의 어려움, 비싼 가격으로 원료를 공동구매해야 하는데 따른 각종 부대비용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 경쟁, 차별화된 영업 및 판매 전략 필요성, 공동영업·판매에 따른 편차로 고객사 불만 지속, 3자 공동계약으로 인한 공급 감소와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리스크 등이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됐다고 고려아연 측은 설명했다.

고려아연과 영풍 등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공급사가 늘어나면서 업체간 자연스러운 경쟁 촉진으로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납품받거나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향상을 위한 노력과 조치 일환으로 공동구매·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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