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강남 영풍빌딩서 종로로 본사 이전… “독립경영 강화 의지” 분석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3월 29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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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본사 사옥 종로구 ‘그랑서울’ 낙점
고려아연 인원 증가로 현 영풍빌딩 공간 포화
업계 “지분 경쟁·소송 등으로 불편해진 상황”
“고려아연 독립경영 강화 의지 표출” 해석도
고려아연 첫 본사 종로… 직원 만족도 등 고려해 선정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전경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전경
고려아연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종로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50년간 세계 최고 비철금속제련기업으로 성장했고 미래 동력인 ‘트로이카드라이브’를 중심으로 새로운 50년을 새 오피스에서 맞이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의 건물에 임대료를 내고 입주한 상태로 본사 사무실을 운영했다.

새 본사는 서울시 종로 소재 그랑서울빌딩이다. 이 빌딩에는 GS건설 등이 본사로 입주해있다. 그랑서울빌딩 지하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이어진다. 고려아연은 다음 달 말까지 인테리어 설계를 완료하고 오는 7월까지 사무실 공사를 마무리해 고려아연과 계열사 모든 부서 구성원을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려아연과 최대주주인 영풍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두 기업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2022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이 신재생에너지 및 소재 분야 사업 협력을 추진하면서 한화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다. 이후 장형진 영풍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 유지에 따라 장씨 일가가 영풍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독립적으로 경영해왔다.
○ “영풍빌딩 벗어나 독립경영 강화” 분석… 실제 영풍빌딩 업무 공간 포화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제련사업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기존 제련사업은 고려아연처럼 제련소(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 측의 간섭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고려아연이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매번 영풍 측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특히 영풍 석포제련소는 인명사고가 반복되고 환경오염이 논란이 됐는데 이때마다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과 온산제련소도 영풍 계열 회사라는 이유로 관련 이슈에 휘말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려아연은 석포제련소와 선을 긋고 안정적인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독립경영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에는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올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장 고문과 최 회장의 이사회 재선임 안건 상정이 예고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이 임박한 시점에는 양 측 신경전이 고조되기도 했다. 영풍 장 고문 측은 배당안과 국내 기업 대상 유상증자를 골자로 한 정관 변경 등 고려아연 주요 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표 대결을 앞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를 고용하기도 했다. 주총 표 대결 결과 배당 안건은 가결, 특별결의 안건인 정관 변경은 부결됐다.
영풍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20일 서울 논현동 영풍 본사 별관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영풍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20일 서울 논현동 영풍 본사 별관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주총 이후에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단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의한 신주발행을 무효화 하기 위한 소송이다. 해당 유상증자로 최 회장 측 우호 고려아연 지분이 장 고문 측 우호 지분율을 넘어서게 됐다.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은 고려아연 종속회사로 분류되는 서린상사로 불똥이 옮겨 붙었다.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업체로 경영은 故 장병희 창업주 3세인 장세환 대표가 맡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불확실한 계획으로 고려아연 제품 영업이 차질을 빚었고 소송 등으로 동업자 정신이 훼손됐기 때문에 사업을 함께하기 어렵다며 신규 사내이사 선임으로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 이사 불참으로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변동사항은 없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최대주주인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많은 것을 보여준 무대가 됐다”며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새롭게 추진하는 대부분 영역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 강남 논현동 본사 접견실
고려아연 강남 논현동 본사 접견실
장 고문과 최 회장 관계의 경우 지분 확보 경쟁이 한창이던 작년 3~4분기에도 대화 등 소통은 하는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완전히 틀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이번 본사 이전 추진이 독립경영 강화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영풍빌딩 내 고려아연 직원 사무실 공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영풍빌딩 공간이 부족해 인근 건물 별도 사무실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려아연에게 종로가 낯선 공간인 것도 아니다. 지난 1974년 최기호 선대회장을 비롯해 최창걸 명예회장 등 총 7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종로구 서린동 33번지를 본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약 6년간 종로구 서린동 건물을 본사로 활용하고 1980년에 현재의 논현동 영풍빌딩 사옥으로 이전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근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엔진인 트로이카드라이브 신사업 확장으로 인한 인원 증가와 부서간 업무 시너지를 위해 새로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생산성 극대화와 소통 강화를 위해 새로운 사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사무실은 사업 초창기 첫 본사가 있었던 상징성과 임직원 근무 만족도,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 고려해 정했다고 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새로운 사옥은 업무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직무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본사 이전은 고려아연의 새로운 50년과 도약을 이끌 주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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